교사들 인터넷 홈페이지 속속 등장

입력 2000-05-24 14:27:00

'세련되지 않으나 진지함이 있고, 투박하나 절제된 분위기가 흐르고, 멋내지 않았으나 내용이 알차고…'

학교는 대한민국 어디든 있다. 학교가 있으면 교사가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전국 어디든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도 있다. 아니 많다.

대구에만 인터넷에 강의실 또는 집을 만든 교사가 수십명이다. 초·중·고 어지간한 과목은 다 있다. 이는 업무 외 노력에 따른 것이다. 당연히 대구시 교육청은 몇 명의 교사가 인터넷에서 활동하고 있는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일하는 사람이라면 대개 그렇듯 일보다 여가에 바치는 일이 신명스럽다. 공도 더 들인다. 교사들의 인터넷 홈페이지는 어찌 보면 일의 연장이다. 그래도 여가시간을 쪼개 땀을 쏟은 흔적이 역력하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속이 꽉 찬 배추를 보는 상쾌함이 느껴진다.

뒤집어 말한다면 학생들에게 유익하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미처 다 듣지 못한 강의내용이 들린다. 교단에서는 잘 안 보이는 선생님의 혼자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다.

교사들의 홈페이지를 방문할 때 고려해야 할 점은 첫 페이지 디자인으로 모든 판단을 내리는 네티즌의 일반적인 실수를 저지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디자인이 투박한 홈페이지는 내용이 완전히 부실하거나 충실하거나 둘 중 하나다. 교사들의 홈페이지는 내용이 알찬 만큼 외관은 그리 멋지지 않다.

대구 경일여고 국어과 김덕호교사가 운영하는 사이트(myhome.netsgo.com/mtnkdh). 현재 대구에듀넷 개발팀장으로 활동하는 직책 답게 심플한 디자인으로 꾸며져있다. 바른말 고운말, 사투리 한마당, 탈춤마당, 소설마당 등 메뉴제목은 딱딱하지만 들여다보면 읽을거리가 있다. 배울 게 많다.

경상여고 영어과 정경욱교사의 학습방(home.tinc.co.kr/~lkhyun). 방대한 자료에 놀라지 마시라. 어휘와 작문, 문제풀이, 읽기자료 등은 물론 팝송, 이솝우화, 속담탐구 등 재미난 영어공부 자료가 풍부하다.

성서고 물리과 문태국교사가 물리와 환경을 주제로 만든 홈페이지(www.xtel.com/~cogito). 내용도 좋고 디자인도 좋다. 집을 지은 사람의 성의가 곳곳에서 보인다. 사랑방에서 물리와 환경에 대해 배운다고 생각하면 활용도를 충분히 높일 수 있을 정도로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졌다.

특이하게도 충남대 기술교육과 출신으로 대구에서 기술교사를 하는 8명이 모여 만든 기술사랑연구회(sh.hanarotel.co.kr/~seluke). 중학교 기술교사들에게 수업자료를, 학생들에게는 공부자료를 제공한다. 파워포인트로 만든 자료가 보기 편하다이밖에 능인고 국어과에서 운영하는 특기·적성교육 사이트(openschool.new21.net), 물리과 교사들이 만들어가는 물리나라(www.moolynaru.com) 등은 이미 전국적으로 방문객이 줄을 잇는 명물 홈페이지로 자리잡았다. 점점 쓰레기가 많아지는 인터넷 바다에서 선생님들이 만든 섬을 찾아 떠나는 여행, 학생이든 아니든, 결코 시간이 아깝지 않을 것이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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