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드라마 허준

입력 2000-05-24 14:59:00

방송 드라마는 오락성에 무게가 실리기 마련이다. 있었던 사실을 엮든, 있을 법한 이야기를 그리거나 있으면 좋을 내용을 담든,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 이같이 대중적인 교감이 생명인 드라마의 밑그림은 두말할 것도 없이 '픽션'이며, 연출자와 연기자들은 그 밑그림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한다. 소설 등 문학 작품과 마찬가지로 드라마도 근본적으로는 작가의 신선한 상상력이 감동의 열쇠가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역사 드라마'의 경우도 창작의 자유는 인정돼야 하며, 역사 기록의 '공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적 진실을 부각시키려면 고증이 따라야 하고, 그 차원을 넘어서는 '사료 비판'의 전문성이 요구될 때도 있다. 작가가 사실(史實)을 왜곡한다면 교육적 역효과는 물론 역사를 욕되게 하고, 시청자들에게 '독소(毒素)'를 끼얹을 수도 있다.

MBC의 월.화 시대극 '허준'이 시청률 50% 이상으로 여전히 안방을 강타하고 있다. 기존의 많은 역사 드라마들과는 달리 의사로서의 사명감에 불타는 허준의 모습을 그려 색다른 감동을 자아낸다. 온갖 문제가 얽히고 꼬이는 갈등구조를 보여 주면서 말초적인 자극과 충격요법만 일삼는 현실에 식상한 시청자들의 잠재된 욕구가 이 드라마를 뜨게 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최근 이 드라마의 오류와 부작용에 대한 비판도 만만찮다. 당시의 시대상을 정확하게 그리지 못하고, 검증되지 않은 사실들이 빈발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으며, 무분별한 야생초 복용 등 부작용마저 낳고 있다. 특히 허준의 출생지, 스승으로 등장한 유의태에 대한 오류 등도 그 대표적인 예이다.

드라마는 결국 '허구'지만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력과 효능이 간과돼서는 안된다. 인기 절정인 '허준'이 '역사 교육'과 '재미'의 창출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게 할 수는 없을까. 제작진은 시청률에만 급급하지 말고 사실(史實)과 다르거나 고증되지 않은 부분, 역기능을 부를 수 있는 부분 등에 대해서는 자막 처리를 하는 등 보다 세심한 배려가 있어야 하리라고 본다.

이태수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