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교역길 열리나

입력 2000-05-24 00:00:00

21세기의 세계 최대 수출.소비 주체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은 과연 세계 자유무역 시장의 일원으로 편입될 수 있을 것인가? 중국의 WTO 가입 허용 여부에 대한 심사가 최근 착수된 가운데, 미국 하원이 24일 양국 관계를 '항구적 정상무역 관계'(PNTR)로 인정할지를 결정할 역사적 투표를 실시한다.

◇PNTR의 의미=미국은 서로간에 무역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라고 확신되면 이 관계를 부여한다.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의 약자인 이 관계는 한국 등 대부분의 중요 무역 국가에는 이미 설정돼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동안 세계의 자유무역 체제에서 발을 빼왔고, 이때문에 각 나라는 중국과 개별적으로 관세 등에 대한 무역협약을 맺어야 했다. 미국의 24일자 투표도 그 두 나라간의 이런 문제에 관한 것. PNTR로 승인되면 중국과 미국은 서로에게 시장을 개방, 새로운 무역 단계에 접어들 것이다.

또 이는 중국의 자유시장 편입을 의미하게 돼, WTO 가입에도 큰 걸림돌을 제거하는 결과를 가져 올 전망. 퇴임을 앞둔 클린턴 미국 대통령도 '업적'으로 남기고 싶어하는 핵심사항이다.

◇PNTR, 왜 중요한가= 미국으로부터 PNTR 승인을 받은 나라는 낮은 관세만 물고도 항구적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 이를 중국에 허용한다는 것은 각종 중국산 수출품이 특별한 장벽 없이 미국시장에 쏟아져 들어갈 수 있도록 문을 연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금까지 매년 의회 심의를 거쳐 중국에 대해 무역 지위를 부여해 왔다. 그것은 주로 '최혜국대우'(MFN).

PNTR 조치를 하면 물론 미국에도 이익이 있다. 13억 인구의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그 시장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것.

다른 나라들도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번 일이 성사되면 중국의 WTO 가입에 박차가 가해지고 결국은 그 거대 시장이 개방됨으로써 한국.일본.유럽 등도 '더욱 자유로워진 중국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내 쟁점과 전망= 클린턴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 및 상원, 상공인들은 중국에 대한 PNTR 승인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러나 하원의원 중 상당수는 부정적이다.

각 정파에 따라 이유는 각각이다. 먼저 중국이 장래에 미국의 정치.경제적 안보를 위협할 경쟁자가 될 것으로 생각하는 공화당 의원들은 PNTR승인 보다 매년 MFN 심의를 통해 중국과의 교역을 통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보고 있다.

집권 민주당의 상당수 의원들도 반대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대규모 노조의 반대와 중국의 인권문제. PNTR 승인으로 값싼 중국산 제품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면 많은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노조들의 주장을, 그 후원 아래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외면하기 어렵다. 또 국제적으로 비난받고 있는 중국의 인권상황도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PNTR 승인에 대한 일부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 클린턴 대통령과 공화당 지도부 등은 의원 개개인과 접촉하며 찬성유도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BBC 보도에 따르면 한국시간 24일 아침까지도 법안 통과에 필요한 218표에는 8표가 미달한 상태이다.

◇중국의 시장규모= 초강대국 미국조차 무시할 수 없을 정도이다. 미 상공회의소는 "중국인구는 세계의 20%(13억)이지만 현재 상품.서비스 생산은 3%, 경작가능 토지는 7%에 불과하다"며 앞으로의 엄청난 잠재력을 주목했다. PNTR이 승인되면 미국기업과 농산물의 중국 진출로 큰 득을 보리라 군침을 흘리고 있는 것이다.또 앞으로 20년간 중국의 항공기 수요는 1천250억 달러 규모(1천800대)로 추산되고, 반도체 시장과 전자제품 시장 규모는 각각 세계 3위와 12위를 달리고 있다. 앞으로 2년간 중국에서 100만명 이상이 PC를 구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때문에 미 상의는 PNTR이 부결되면 5년간 130억 달러의 대중국 수출이 손해를 본다고 계산해 냈다. 또 중국시장 확보경쟁에서 일본.유럽에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石珉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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