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토론회-디지털시대 중소기업의 역할

입력 2000-05-23 14:09:00

중소기업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가장 큰 위기는 디지털 열풍. 거세게 불고 있는 전자상거래, 인터넷 혁명 등 디지털 바람이 중기를 긴장시킨다. 대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디지털 열풍이 중소기업에도 강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지만 아직 반응은 미미한 편.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생존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고 경고한다.

여기다 중소기업 고유업종으로 지정돼 정부의 우산 속에 놓여 있다가 대거 해제될 위기에 놓여 있다.

제12회 중소기업주간(22~27일)을 맞아 본지는 중소기업의 활로를 모색하는 '디지털시대 중소기업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지상토론회를 마련했다.

△장소=중기협 대구경북지회 사무실

△일시=16일 오전11시

△참석자=서영주 대구경북지방중소기업청장, 최만기 산학경영기술연구원장, 김해수 대구경북염색공업협동조합이사장, 최창득 중소기업협동조합 대구경북지회장

△사회=변제우 매일신문 경제부장

▲변제우부장=지역 중소기업계가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디지털 혁명이다, 중소기업 고유업종 해제다 해서 업계가 어수선하다. 본지도 '기로에 선 중소기업'이라는 시리즈를 하고 있지만 오늘 이 자리에서는 어떻게 하면 중기가 변화하는 흐름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지를 실감나게 얘기해보자.

▲최만기원장=디지털 경제란 말을 많이 사용하는데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 디지털시대 혁명을 농업혁명, 산업혁명에 이어 제3의 혁명이라고 부른다. 불과 몇년전에 시작됐지만 그 영향력은 가히 예측조차 힘든 상황.

디지털, 인터넷 하면 기존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벤처기업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력 장비 운용능력 등에서 뒤떨어지다보니 심리적 압박감을 심하게 느낀다.

하지만 디지털 기술이란 그런게 아니다. 잘만 활용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작은 덩치를 효율적으로 가동하면 대기업보다 훨씬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다.

▲변부장=디지털수준은 어디까지 가 있는가. 특히 실물경제 현장에서 느끼는 디지털 바람은 어느 정도인가.

▲최창득지회장=지역에서 절대다수인 중소기업은 정보·지식의 인프라가 거의 미흡한 상태다. 정보가 필요하고 디지털 경제 수용이 필요한데도 마인드 자체가 안돼 있다.

정보 인프라의 구축은 어느 정도 돼 있다. 본 지회 조사 결과 역내 중소기업 1만4천~1만5천개 기업중 25%정도는 하드웨어가 깔려 있다. 하지만 활용률은 0.5%밖에 안된다. 그나마 응용률도 인터넷을 통한 정보취득이 거의 전부다. e메일주소나 자체 프로그램 작성등은 엄두도 못낸다.

지식 정보, 인적 정보 구축도 시급하다. 단말기를 설치했다면 홈페이지를 만들고 자체에서 전자상거래, 쇼핑몰 등을 할 수 있거나 네트워크 자체 활용을 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가야 한다.

종업원 자체도 신지식인으로 자신을 키울 수 있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시대적 변화에 맞아야 한다.

▲김해수이사장=경영을 직접 하는 나 역시 디지털 경영에는 문외한이다. 여기다 종업원들도 아직 제대로 대처를 못한다. 하지만 앞으로 빠르게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은 하고 있다. 다만 어떻게 적응할지를 잘 모른다. 중기청이나 중기협, 연구원 등에서 좀 많은 지원을 해달라.

변화를 수용하는 지식층이 생각하는 디지털 속도와 구시대가 느끼는 속도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솔직히 인터넷을 몰라도 경영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많다. 이것을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는 사실이 빠르게 확산됐으면 한다.

▲변부장=이런 변화 움직임을 주도해야 할 기관이 중소기업청이라고 생각한다. 중기청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고 하는데 어떤 내용들인가.

▲서영주청장=사이버 경제가 도래한다는 원론적 얘기는 중소기업인이나 종업원들 모두 안다. 문제는 나만의 지식으로 생각하지 회사 업무와는 관련을 안시킨다. 정보기술(IT, Information Technology) 인력은 전국적으로 8만명 정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래도 우수 인력은 중소기업에 안가려한다.

▲최원장=중소기업인이 살아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틈새 기술이나 사업을 찾아 내면 성공할 수 있는 소지가 많다. 디지털 혁명의 본질은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 네트워크다. 핵심 역량은 직접 맡고 나머지는 아웃소싱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중소기업들은 아웃소싱을 받을 수 있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서청장=대구경북 5인이상 중기 1만개(98년 통계청 통계)를 대상으로 대표가 e메일을 갖고 있는 사례가 얼마인지 조사한 적이 있다. 2천400개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을 방문, 이메일을 권유해도 아직 호응도가 낮다. 분명히 이익이 된다고 해도 잘 모른다.그래서 대구경북지방중기청은 전자상거래 교육을 실시중이다. 반응이 좋다. 여기다 대학교수 등으로 정보화 지원단을 발족했다. 원하는 기업에게는 무료로 디지털 교육을 시켜준다.

▲변부장=학계나 연구단체, 중기협이 시대 흐름에 제대로 변화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인과 중소기업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이 있나.

▲최원장=습관을 바꾸기가 쉽지 않겠지만 일단 익숙해지면 얼마나 필요한 분야인지 알 수 있다. 생산성도 엄청나게 높아진다.

그러나 이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사업을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것을 안해도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대구에 많은 기관, 단체에서 디지털교육을 하고 있는데 좀 난립된 느낌이다. 이를 통합, 체계적으로 운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최지회장=중기협은 전국적 조직망이 있기 때문에 조합을 통해 디지털 지식의 창출, 활용, 공유를 해나갈 수 있다. 조합원끼리의 기술 교류, 지방정부 및 중기청과 적극 협력할 것이다. 조합들도 회비만 받는 조직으로 머물러서는 안된다.

▲김이사장=이런 식의 협조체제가 구축되면 아날로그적 습성에 젖어 있는 중소기업인들도 얼마든지 바뀔 가능성이 있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우리 기업인들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다만 종업원들에게 이렇게 나가자고 독려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중기청, 조합, 중기협, 연구기관 등에서 도와주면 가능성은 있다.

▲변부장=대구중기의 특징은 어떠하며 시급한 과제는 무엇이냐.

▲최원장=대구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지만 비관적이지는 않다. 상대적으로 타 도시에 비해 많은 교육기관과 연구원, 인재 등 토양은 그것이다. 다만 촉매가 아직 없을 뿐이다.

▲서청장=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보호의 대상이었다. 21세기는 바뀌고 있다. 중기관련 각종 보호제도들은 전체적인 흐름으로 볼 때 없어져야 한다. 그러나 막상 중기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중기업무를 직접 담당해보니까 업체 입장에서 이해되는 측면들이 많다.

▲변부장=중소기업 고유업종 해제와 관련해 중기청의 입장은 어떤 것인가.

▲서청장=현재 입법예고 단계다. 1년 정도 유에 기간이 있으니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본청에 보고하겠다. 하지만 관련 업종들도 무조건 유예시켜 달라고 주문하기 보다 확실한 데이터를 만들어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

▲변부장=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운 점과 현장에서 느끼는 향후 방향은 어떤 것이냐▲김이사장=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지만 분명한 것은 대품종 소량생산으로 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대로 정보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극만 있다면 우리 중소기업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정리=崔正岩 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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