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뛰어 넘어 진정으로 의미있고 충만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준 사람들은 늘 존재한다. 평화와 자유, 진정한 행복, 조화로운 삶을 꿈꾸며 자연과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가는 이들은 현대의 우리에게 빛처럼 청정한 해답을 제시하는 사람들이다.
불교귀농학교 교장이자 인드라망 생명공동체 대표인 도법스님(실상사 주지)의 삶도 그렇고, 사회철학자이자 자연주의자, 실천적 생태론자인 스콧 니어링(1883~1983)의 생애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실천적인 모습을 담은 책들이 나란히 출간됐다. 도법스님의 산문집 '청안청락하십니까?'(동아일보사 펴냄)와 스콧 니어링의 '자서전'(김라합 옮김, 실천문학사 펴냄).
'생명 이야기'라는 부제를 단 도법스님의 산문집은 모순과 불행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명의 세계, 생명 본연의 질서를 깨닫고 그에 따라 사고하고 생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알려진대로 스님은 지난 98년 조계종 분규 당시 총무원장 권한대행으로 분규를 마무리짓고 미련없이 지리산으로 내려가는 깨끗한 처신으로 신망이 두터운 수행자다.
십여 년 동안 아침 저녁 지리산과 함께 일어나고 잠든 그는 길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 삶의 터전의 의미를 깨우쳐 주고, 더불어 살아가는 길을 열어보인다. 98년 실상사 땅 3만평을 내놓아 불교귀농학교를 세우는가 하면 지난해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를 조직해 생명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는 모두에게 인간 중심의 그릇된 사고와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기를 요구한다.
"여래는 세상과 다투지 않는다"는 말에 유난히 힘을 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를 한생명, 한 몸으로 보기 때문에 세계는 투쟁의 대상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살아야 할 관계라는 것이다. 즉 경쟁의 역사를 청산하고 공존과 협동, 균형의 문화를 일궈내야 한다는 말이다. 길은 이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스콧 니어링의 생애는 격동의 20세기를 가로지르며 보다 나은 인간의 삶을 위해 자신의 신념을 실천하는 근본주의자의 삶이었다.
젊은 시절 열정적인 사회개혁가였고 자유주의자이자 진정한 의미에서의 공산주의자였던 그는 혁명과 전쟁의 시대에 평화를 부르짖으며 전쟁의 광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그 때문에 재판정에 서야 했지만 기회있을 때 마다 분명하게 자기 의견을 피력하곤 했다. 굽히지 않는 신념 때문에 그는 큰 대가를 치뤄야 했다. 대학강단에서 쫓겨 나고 신문에도 자기 의견을 발표하지 못했다.
하지만 인생의 동반자인 20살 연하의 헬렌 노드와 함께 한 그의 노년의 삶은 그뿐 아니라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삶의 의미를 깨닫게 했다. 미국 버몬트와 메인주에서 농사를 지으며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그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평화와 생명에 대한 교훈을 남겼다. 시골에서의 자립농 생활은 그가 추구해온 사회주의에 대한 실현이며 자연주의로 돌아가 인간본연의 모습을 실천적으로 보여준 사상적 삶이었다. 자본주의의 병폐가 가져다주는 인간파괴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진정한 극복방안을 찾아나선 니어링의 삶은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으로 점철된 근본주의 사상의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지난 83년 그는 지상에서 더 할 일이 없다며 스스로 곡기를 끊고 평화로운 상태에서 죽음을 맞이 했다.
徐琮澈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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