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안동에 유교문화 대학을

입력 2000-05-19 15:22:00

최근에 풍납토성 보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듯하다. 문화 관련 기구에서 무슨 연구와 토론을 통하여 유도되어진 것이 아니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난마처럼 얽혔던 해결책이 단번에 가닥을 잡은 것이다. 관련단체에서는 최소한 50년의 시간과 대략 5조원대의 자금을 필요로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엄청난 시간과 자금은 국민의 부담을 의미한다. 토성 안에 자산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재산권행사도 민주주의 국가에서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풍납토성 보존 문제를 보면서 나는 안동 영주 봉화 지역에 흩어져 있는 유교문화의 보존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경북지역은 문화적 측면에서 한국사에서 지울 수 없는 거대한 문화영역을 가지고 있는데, 경주지역과 안동지역이 그것이다. 경주는 신라 천년 역사, 안동은 조선조의 유교문화의 고향이다. 경주와 안동은 이런 문화유적지로서는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아도 추종을 불허하는 압권이다. 공주 부여를 중심으로 하는 백제권과 집안과 평양을 중심으로 하는 고구려권, 개성을 중심으로 하는 고려문화권에 비하면 천년 동안 한번도 도읍으로서의 위치를 빼앗기지 않은 경주는 왕도 지속 시간이나 전화를 입지 않았다는 측면 등으로 다른 곳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라는 온 힘을 다해 경주문화권을 보존하려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주장하고 싶은 것은 안동문화권의 중요성이다. 안동문화권의 한국사 속에서의 특징은 유교문화의 보루라는 측면이다. 사실 유교는 조선 500년을 지배한 정신문화였고, 그 모습은 누가 뭐래도 안동지역에 가장 많이 남아 있다. 이것은 세계적으로도 그 유례가 드문 경우이다.

조선 정신사의 정화라 할 수 있는 퇴계 이황의 도산 서원과 그의 학문세계, 그리고 학봉 김성일의 종가와 그 문중 문화, 영국 여왕의 방문으로 더욱 유명해진 하회마을과 탈춤, 안향을 배향하기 위해 조선조 최초로 세워진 소수서원, 그리고 안동 김씨와 예안 이씨, 안동 권씨, 하회 유씨 등의 집성촌 등 우리나라 유교문화의 흔적이 어느 곳보다 많이 남아 있다.

유교사상이 조선조를 지배하였고, 결국 한양에서 유교문화를 꽃피웠으나, 한양이 서구 문화를 받아들이는 바로 현장이었기에 그 흔적은 궁궐을 제외하면 미약하다. 그러나 소백산맥과 낙동강, 반도의 동남쪽으로 치우친 지정학적 이점 때문에 영남 북부 지역은 유교문화의 흔적을 가장 많이 보존할 수가 있었다.

여러 해 전 MBC에서 방송한 인간시대 시리즈 중 전국민의 탄성을 자아낸 봉화 권씨일가의 전형적 유교문화적인 가정사는 이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하회를 보고자 했던 것은 하회의 지형을 보고자 한 것이 아니다. 하회의 유교문화를 보고자 했던 것이다. 세계적인 문화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경주를 택하지 않고 안동을 택한 것은 바로 유교문화의 정수를 보고자 함이었다.

최근 신문보도에 의하면 중국 산동성 취푸시에 공자문화대학이 설립되었다고 한다. 중국 공자기금회와 취푸사범대학 등이 설립을 주도했고 교사를 비롯한 캠퍼스 건립은 해외 화교들의 성금으로 충당되었다. 이 대학의 설립 목적은 중국 고대문화의 연구와 보급이다. 전학생이 불과 수백명에 불과하고 전학생이 장학금으로 공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졸업생들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공자연구소에 배치되고, 대학으로 진출하며, 전세계적으로 공자사상 보급원으로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100년, 200년, 천년이 흘렀을 때, 우리는 지금 거의 훼손되어가고 있는 백제의 유적으로 가슴 졸이는 이상으로 우리 유교문화의 적은 유적으로 가슴태우게 될 것이다. 우리는 안동 지역의 유교문화를 보존하고 연구하여야 하며 세계 문화동호인들에게 홍보하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인력이 필요하다. 안동에 안동대학이 있지만 종합대학이기 때문에 전문 요원을 집중적으로 양성할 수 없다. 전문요원은 유교서적을 쉽게 독파할 수 있는 한문실력의 양성이 우선인데 그것이 종합대학의 성격을 가지고서는 어렵다는 생각이다.

안동 문화대학은 서당식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안동대학에 민속학부가 있으나 이것은 내가 주장하는 것과는 다르다. 단국대학교 동양학 연구소는 정리되지 않는 채 흩어져 있는 한적들 속에 나오는 단어들을 발췌하여 거대한 한자사전을 만드는 작업을 수십년 째 진행하고 있으나 한자어에 능통한 사람을 구하지 못하여, 안동지역 서당 출신들을 모셔오고 있는 실정이다. 유교대학임을 자부하는 성균관대학은 종합대학으로서의 성격 때문에 이런 임무를 수행할 수 없다.

안동유교문화대학 건립 나서야

그리고 하회지역을 문화보존지역으로 특성화하여, 몽촌토성지역처럼 전 지역을 정부에서 매입, 민박촌화하고 있는 양상을 중단시켜야 한다. 주차장 밖으로 관광객들의 숙박시설을 옮겨야 하며, 하회마을 사람들의 유교적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애선생의 종가와 기념관 이외에는 전부가 싸구려 여인숙으로 변한 것이 오늘날의 하회마을이다. 5조원의 돈을 들여 몽촌토성 안의 전 영역을 매입할 의사가 있음을 문화관광부와 문화재청은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 오백년 유교문화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하회마을 전 지역을 문화재로 지적하여 매입하는데는 얼마의 돈이 필요하겠는가. 그래서 그 마을 한쪽 구석에 아담한 한옥으로 된 안동 유교문화대학을 지으며 그야말로 세계적인 명소가 되지 않겠는가.

그렇게 되면 민족 전통문화의 보존이라는 측면 외에 관광수입도 어떤 산업에 지지 않을 것이며 영구적이리라. 한국의 참모습은 과연 무엇인가. 깊이 숙고할 시기이다. 단국대교수.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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