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도심 어디서건 30분에서 1시간 정도만 나가면 공기가 맑고 경치도 좋은 교외로 빠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동쪽으로는 경산~하양, 서쪽으로는 고령~성주, 남쪽으로는 청도, 북쪽으로는 칠곡~왜관…어느쪽이든 몇 군데는 가볼 만한 곳이 있고 하루를 보내기엔 모자람이 없다.
간단한 도시락과 음료수만 준비해 이번에는 서쪽, 성주쪽으로 나가보자.
초등학교 아이들이 있으면 더욱 의미가 있을 코스다.
계명대 성서캠퍼스를 지나 성주쪽으로 가면 동곡삼거리에 도착한다.
동곡을 지나 하빈쪽으로 5km쯤 가면 충효당(忠孝堂), 도곡재(陶谷齋)와 사육신을 모신 육신사(六臣祠)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은 순천박씨 충정공(박팽년)파의 묘골 집성촌으로 박팽년 선생의 절개를 기리기 위해 국가적 사업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절개는커녕 조금만 금품을 주어도 온갖 국가기밀을 누설하고 협잡을 벌이는 이가 많은 요즘, 이곳을 찾아 한 번쯤 선조의 충절을 되새기는 것도 괜찮을 듯하다.
달성군 하빈면 묘리에 위치한 이 세 곳은 모두 문화재로서 의미를 갖고 있는 곳. 충효당은 조선 인조때 충정공의 7대손인 금산군수 숭고가 별당으로 건립해 젊은이들에게는 충효와 예악, 궁도와 마술 실습을 시키고 부녀자에게는 법도를 가르치던 곳으로 널다란 잔디밭과 함께 아담한 정자같은 고택이 잘 어울려 있다.
도곡재는 조선 정조2년(1778년) 대사성 서정공(西亭公) 박문현이 아우의 집으로 건립한 곳이지만 후에 도곡 박종우(朴宗佑)의 재실로 사용돼 도곡재라는 이름이 붙었다. 도곡선생은 인조때 문장과 절의, 덕행을 겸해 동방의 1인자라고 불렸으나 병자호란때 전사한 인물이다.
이 지역의 주 문화재는 육신사.
이 곳은 원래 충정공 박팽년 선생만을 배향했으나 현손인 계창공이 충정공의 기일에 사육신이 사당문 밖에서 서성거리는 꿈을 꾸고 나서 사육신을 모두 배향하게 됐다는 일화가 있는 곳. 육신사 입구에 들어서면 연못과 잔디로 조경된 넓은 정원이 마치 사극에 나오는 궁궐처럼 느껴진다. 정원을 가로질러 계단으로 올라가면 성인문(成仁門)이 있고 그 안쪽으로 숭정사(崇正祠)가 있다. 특히 성인문에 오르면 지대가 높아 산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경치와 순천박씨 충정공파 묘골의 고택들의 어울림이 한 눈에 들어와 60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조선 초기로 돌아온 듯한 느낌을 준다.
육신사를 뒤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서면 얼마 안가 달성 삼가헌(三可軒)이라는 곳이 나온다. 충정공의 12대손인 박광석이 지은 집으로 살림채와 별당(하엽정)이 아름다운 곳. 특히 하엽정(荷葉亭)은 보기드물게 정자앞에 인공연못을 파 조성한 곳으로 지금은 물이 말랐지만 얼마전까지만 해도 연못 가득히 연꽃이 만발해 사진작가들의 사랑을 받았던 곳이기도 하다. 삼가헌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낙빈서원이 있고 연이은 고택의 행진이 조금 지겨우면 하엽정 뒤로 난 산길을 따라 5분만 올라가면 낙동강 너머로 자리잡은 성주군의 전경을 모두 볼 수 있는 뒷 산 정상에 오르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 행로는 성주로 넘어가는 길로 다시 나와 성주대교를 넘기전 매운탕 집이 밀집한 곳에 위치한 달성 하목정(霞鶩亭)이다.
임진왜란때의 의병장 낙포(洛浦) 이종문(李宗文) 현감이 선조 37년(1604년)에 세운 아담한 정자로 인조가 왕위에 오르기 전에 머문적이 있었다고 전해지는 곳.
丁자형의 특이한 구조로 된 이 정자는 모두 11칸으로 처마곡선이 부채모양인 팔작지붕이며 현재 전의(全義) 이(李)씨의 후손인 이정자(82) 할머니가 지키고 있다. 인조의 어명으로 일반 사택에서는 볼 수 없는 부연(서까래를 한 칸 더 내어 집을 짓는 것)이 있고 또 정조때 정승을 지낸 채제공의 시액 현판을 비롯 옛 명인들의 시액 현판이 많아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이 하목정 뒤에는 전의 이씨의 선조의 불천위를 모신 사당이 있는데 앞뜰의 백일홍이 일품. 400년 이상의 세월을 지킨 이 백일홍은 모두 4그루지만 뿌리에서 휘돌아 담을 뛰어 넘어 뻗은 가지는 예사롭지 않은 기품을 갖고 있다. 사실 이곳은 앞을 지나는 낙동강 물이 만수가 돼야 경관이 뛰어난 곳이지만 오랜 가뭄으로 강물이 많이 줄어들어 아쉽다.-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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