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교실-포철동초등학교 과학반

입력 2000-05-17 14:49:00

포항제철동초등학교 과학반 어린이들은 요즘 신명이 났다. 지난달 과학반원 40명이 공을 들여 참가한 행사에서 생각보다 큰 결실을 거뒀기 때문이다.

행사는 한국과학문화재단이 과학의 달 4월을 맞아 한달 동안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개최한 '사이버 과학반 경진대회'. 전국의 초·중·고·대학생 및 동아리가 참가해 과학실험을 비롯한 각종 아이디어, 실험계획, 정책제안 등을 소재로 자유롭게 내용을 올리는 대회다.

포철동초등 과학반은 참가한 573개팀 가운데 초등은 물론 쟁쟁한 중·고·대학생들을 제치고 대상의 영광을 안았다.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두드러진다는 심사위원들의 높은 평가를 받아 기쁨은 더하다. 무려 300여개의 아이디어를 출품, 전체 3천966개 가운데 10%가까이 차지했고 내용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손전등의 각도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도록 해 혼자서도 야간작업이 가능하게 하자(5년 이수현), 엘리베이터 버튼의 취소 선택을 손쉽게 해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자(5년 강명성) 등 얼핏 듣기에도 독창적인 제안이 다수.

포철동초등의 이같은 성과는 어제오늘 준비된 것이 아니다. 발명반, 창의력올림피아드반, 탐구올림픽반, 발명두뇌올림픽반 등 4개반 학생들이 평소 꾸준하게 창의력 개발 훈련을 하고 각종 경연대회에 열성적으로 참여하면서 실력을 쌓아온 덕분과학반은 대회를 앞두면 집중적으로 모이지만 주1회 특별활동이 기본인 것은 여느 초등학교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들의 창의력 개발 훈련이나 과학 능력 개발 과정은 차이가 크다.

지난 87년 부임한 뒤 줄곧 과학반을 맡고 있는 김헌수 교사의 지도가 남다른 때문이다. 영재교육 분야를 전공한 김교사는 10년 이상 과학반을 맡아오면서 이론과 현장을 접목시켜 자신만의 교육방법을 꾸준히 연구해왔다.

그의 방침은 철저한 자율. 어린이들 스스로 모든 것을 익히고 연구하고 발표하도록 자유롭게 풀어준 뒤 마지막 정리단계에서 교사가 최소한으로 개입하는 방식이다. 중간중간 동기부여나 크고작은 문제해결은 김교사의 몫이지만 어린이들의 자율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최대한 배려하는 것이다.

포철동초등 과학반은 최근에만 여러 번 전국 규모의 상을 탔다. 대한민국 발명전 금상, 발명두뇌 올림픽 세계대회 예선 은상, 창의력 올림피아드 은상 등 쟁쟁한 대회들이다. 우수발명반으로 지난해는 단체가, 올해는 김 교사가 산업자원부장관상을 받는다. 여기에 전국 최고의 '사이버 과학반'으로 뽑히는 경사가 더해진 것이다.

김 교사는 "어른의 눈으로 아이들의 생각을 재단하지 않고 스스로 창의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 결과일 뿐"이라며 겸손해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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