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풍납토성 보존 前例 돼야

입력 2000-05-17 00:00:00

정부가 밝힌 풍납토성 보존 대책은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문화재를 보호하려는 적극적인 의지라는 점에서 진일보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유적 훼손 문제로 큰 논란을 빚고 있는 이 토성에 대해 사적지로 지정해 보존하고 주민과 아파트 건축 조합원에게는 재산권에 대한 보상을 해 주는 방식으로 정부가 해결할 움직임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은 현장 발굴 조사가 끝나기 이전이라도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보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며, 추가발굴비도 정부가 부담하고 법 조문까지 고칠 수 있다는 뜻도 비쳤다. 그러나 과연 구체적으로 어떤 해법을 찾게 될지는 궁금하다.

더구나 22만평이나 되는 이 토성 전체를 보존할 경우 보상 재원이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돼 이 재원 확보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으며, 이를 계기로 개발논리에 밀릴 가능성이 있는 전국 각지의 문화재들에 대해서도 어떤 대책을 세워나갈지 걱정스럽다.

풍납토성 발굴현장에서 발생한 문화유적 훼손은 보존과 개발을 둘러싸고 정부의 방관자적 자세와 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들의 무단파괴 행위가 빚은 어처구니없는 사건으로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이같은 재산권 분쟁을 지난 90년 중반 경부고속철 경주노선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뼈저리게 느꼈지만 이번의 경우도 '예기된 사건'이며, 앞으로도 유사한 사태가 얼마든지 빚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이런 불상사를 미연에 막기 위해서는 문화재청이 발굴비를 국가가 부담하도록 유도하거나 국가가 토지를 매입해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를 보상하는 방안을 강구했어야 옳았다. 또한 아무리 답답하다고 하더라도 무단으로 유적을 파헤친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7월 개정된 문화재보호법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개발 면적이 3만㎡ 이상일 경우 사전 지표조사를 해 유구나 유물이 있는지 파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실제 시행 과정에서는 허점이 많다. 실제로는 개발업자가 미리 개발 계획을 세워놓고 요식 절차로 조사를 의뢰하는 것이 대부분이고, 3만㎡ 이하일 경우는 사전조사 의무마저 없어 개발지를 분할해 신청하는 편법이 횡행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사유재산권을 무작정 제한할 수 없고 예산 확보가 어려워 개발논리에 밀리는 경우도 없지 않은 형편이다.

우리에게 문화재를 복원할 의무는 있어도 파괴할 권리는 없다. 문화재 보존과 개발논리를 설득력있게 아우르는 정부의 근본적이고 현실성있는 대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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