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하-고엽제 이제 협상 하겠다니

입력 2000-05-16 15:05:00

정부가 월남전 참전자들의 고엽제 피해 보상을 위한 대미(對美) 소송을 포기하는 등 늑장을 부리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다. 주권 국가의 정부가 자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도 정부가 월남전 종전이래 20여년동안 이 문제를 방치하다 뒤늦게 정부간 협상을 하겠다느니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겠다는 등 아직도 방향조차 확정하지 못한채 헤매고 있는것은 안타깝다.

지난해 1월 고엽제 문제가 다시 불거졌을 때 "최선을 다하겠다"며 김종필 전 총리와 국회의원 270명의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그러나 미 정부는 이에대해 국가 소송 당사자인 한국 법무부의 입장은 무엇이냐고 따지고 "미국은 월남전 전상자들의 배상을 규정한 64년의 한.미간 브라운 각서에 따라 이미 보상했다"며 고엽제 피해자들에 별도로 보상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미측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가 "미국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볼 때 미국 법원으로 가는것보다 국제사법재판소로 가거나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서고 있다는 데 있다.

아무리 미국의 태도가 단호하다해도 그렇지 자국민의 권익을 위해 최선을 해보기도 전에 정부간 소송은 전례가 없다는 등 꼬리부터 내리고 대미(對美) 소송을 피하려는 정부의 태도에 우리는 실망치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미 미국과 호주.뉴질랜드의 베트남전 참전 고엽제 피해자 20만명이 2억4천만달러의 보상을 받고 있다. 또 미 법원이 최근 나치 시절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독일 기업과 정부를 대상으로 한 소송에서 56억달러 보상 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이런 판국에 우리 정부만 지레 짐작으로 움츠러드는 것은 지나치게 미국을 의식하는 소국(小國)근성이라 지적받아 마땅하다 할 것이다.

정부는 이제와서 딴 소리를 하고 있지만 그렇다면 지난 1년여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설령 소송으로 안된다면 협상을 하든 국제사법재판소로 가든 서둘렀어야 했는데도 팽개치다시피 늑장을 부리다 이제서야 이런저런 주장을 하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다.

4천500명의 고엽제 피해자들이 고통을 겪고 있는 실상을 생각한다면 정부가 어떤 자세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재론의 여지가 없다할 것이다.

고엽제는 84년 다우케미컬 등 7개 농약회사에 배상판결이 내리면서 쟁점화됐기 때문에 64년의 브라운각서와 연계될 문제가 아님을 지적코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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