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8년 한.러 정부간에 불거진 외교관 맞추방 사태(事態). 겉으로는 '스파이활동'을 둘러싼 쌍방의 공방전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우리의 대응이 러시아의 귀에 잡히는 '러시아 첩보 능력'이 돋보이는 사건이라는 평가다. 이해 7월 러 정부의 주러시아 한국대사관의 참사관 송환요청에 한국정부도 주한 러시아 대사관 참사관을 기피인물로 규정, 한국을 떠나라고 맞대응했다. 러의 '스파이 활동' 주장에 한국은 '터무니 없는것'이었지만 파장은 당장 러시아 부총리 방한이 연기될 정도였다.
우리 정부의 대응 발걸음이 숨가쁘게 돌아갔다. 추방철회 촉구, 고위관계자 러시아 방문 등 여러모양의 관계 정상화 대책과 숙의가 현지 한국대사관과 본국정부간에 오고갔다. 당시 러시아측은 한국대사관안의 움직임을 손바닥 들여보 보듯 훤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한국대사관의 전화통화의 내용, 사무실에서의 대화, 무선 메시지 등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한손에 잡지못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정부의 다음 대응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한국외교관의 정상적인 활동을 '스파이 활동', 넓게 봐서 첩보활동으로 빌미삼고 뒤에서는 '첩보전'을 벌인 양동작전이다.
최근 준공한 모스크바 노빈스크 거리의 미국 대사관은 공사기간이 15년이나 되는 건물. 당시 건물을 짓기로 한것은 러시아의 끈질긴 첩보침투 때문이라는 얘기다. 점검을 할때마다 건물 곳곳에서 도청장비가 쏟아져 나왔다. 견디다 못한 미국은 새건물을 짓기로 했고 건설요원과 건설자재는 모두 미국에서 공수했다.
우리정부도 주러 대사관 부지를 사들여 새 대사관을 지을 모양이다. 비밀스런 움직임이 그냥 드러나는 '보안무대책'에서 벗어나려는 자구책이지만 '외교첩보전'은 끝나지 않는다. 러시아건 미국이건 기상천외한 기술개발은 언제나 가능하니까….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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