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디스의 위기재발 경고

입력 2000-05-13 14:37:00

최근 한국경제의 흐름과 정부당국의 대응태도, 정치권의 자세가 97년 환란 직전에 벌어졌던 상황과 너무나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세계최대 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의 위기재발 가능성에대한 경고는 충격적이다.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일개 신용평가회사의 평가등급에 따라 우리국민들이 울고웃던 지난 일들을 생각하면 무디스의 이같은 평가와 경고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정부·여당이 불과 한달전의 선거기에 경제위기극복을 자랑하고 2차 금융구조조정에 추가공적자금 조성은 필요없다고 큰소리치던 것이 무색하게 된 것이다. 그런만큼 무디스의 충고는 정부의 현실인식보다 훨씬 정곡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할 것이다.

이번에 무디스가 발표한 "한국은행산업에 관한 특별보고서"에서 현대투신 사태는 한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구조조정이 형식적이라는 점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데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것같다. 현대그룹의 유동성문제와 국민리스 도산사태는 경기회복 기조가 취약하고 경제부문간의 불균형 성장을 하고있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도 수긍치않을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한국의 금융산업은 그동안 64조원의 공적자금을 쏟아부었지만 아직도 부실을 제대로 털어내지못한 상태에서 특히 제2금융권은 언제 다시 위기가 재발할지 알 수 없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는 지적도 부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무디스의 충고가 이같은 제2금융권의 문제가 단순히 고질화된 부실대기업에대한 지나친 대출이나 느슨한 감독규제, 비효율적인 경영 등에만 머물지않고 부실의 심각성이 어느정도인지를 모르는데 있다고한 것은 정말 새겨들을 일이다. 말하자면 환자의 환부가 얼마나 깊은지를 모르고 그때그때의 증상만 치료하는 것은 자칫 병소를 더 크게 키울 수도 있다는 진단인 것이다.

그런데도 총선후 이헌재 재경부장관은 금융구조조정을 위한 추가자금 마련을 위한 국회동의를 받지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외국투자자들의 의심을 사는등 정부의 태도는 미온적이고 주춤거리고있다. 이는 위기의 늪으로 빠져들고있다는 불안을 주고있는 것이다. 총선후의 정치권 또한 국정의 핵심문제는 뒤로한채 당략차원의 소모적 갈등만 보이고있는 것이다.

무디스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재벌이나 제2금융권이 어려워지면 한국금융기관의 대외신인도가 급락할 것이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있을 때 재벌개혁과 제2금융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해야할 것이다. 아울러 경제주체들의 총체적 자각도 따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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