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백두사업 의혹 증폭

입력 2000-05-13 14:40:00

로비스트의 요건중 으뜸은 여성의 재색(才色)이라고 한다. 미모를 앞세운 공략은 로비대상이 끝내 허물어지고 섹스 스캔들 의혹까지 불러온다. 일정기간 마음을 묶어두는, '그리움이 절절이 배어 있는 연서(戀書)'는 로비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매개물이다. '보고싶은 린다'로 시작하는 당시 이 국방부장관의 편지는 연서를 연상케 한다. '사업상 타진할 일 있으면 주저없이 편지를 띄워주기 바라오'라는 구절(句節)은 본인의 부인과는 관계없이 검은 거래의 한 모퉁이를 드러낸 속셈이랄 수밖에 없다.

로비력의 또다른 원천은 뇌물로 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무기상의 원조로 불리는 그리스 출신 영국 바실 자하로프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초에 걸쳐 활약한 그는 현금을 로비대상 인물에게 보안유지 없이 과감하게 제공했다. 자하로프가 고관 사무실을 방문하고 나면 언제나 사무실 책상위엔 두툼한 지갑이 놓여 있었다고 한다.

전직 국방부장관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드러난 린다 김은 무기상. 전세계에서 3명뿐인 여성 무기상 중 1명인 그는 미모에 가수경력으로 '탁월한 로비스트'의 요건을 갖춘 셈이다.

이 린다 김의 로비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도 검찰은 수사불가 방침에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린다 김이 80년대 말에 이양호씨를 만났고 무기사업 4, 5건을 로비로 따냈다고 한다. 이양호 전 국방장관의 '96년 첫 만남'이라는 주장을 뒤엎는 것이어서 이 장관이 만난 시점을 숨기는 배경이 무엇인지 의혹을 떨치지 못한다.

한 예비역 중령의 진정서는 결정적인 의문을 던졌다. 95년 린다 김이 묵고있는 호텔에서 당시 국방위원장·윤종보 국방제2차관보 등이 모여 대책회의를 가졌다는 보도는 '스캔들'로 치부하는 검찰의 자세 변화를 촉구하는 계기다. 검찰은 머뭇거릴 일이 아니다. 고속철 로비처럼 백두 등 국방부의 무기·장비구입 관련 사업에 대한 수사에 나서야 한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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