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교권침해' 심각

입력 2000-05-12 00:00:00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교사와 학교를 비판하는 학생들의 글이 끊임없이 올라오면서 인터넷에서의 교권(敎權) 침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어 건전한 정보화 소양교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교육부를 비롯한 각 교육관련 기관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라오는 글은 하루 수십~수백건. 이 가운데 학교나 교사, 교육정책의 잘못을 논리적으로 비판하는 글도 많지만 상당수는 일방적인 비난이나 욕설 등 비이성적인 표현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학교나 교사의 실명을 공개, 비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앞뒤 정황에 대한 설명 없이 "선생님들은 다 바꿔야 해" "××교에 다니느니 죽고 싶다"라고 올리는 글은 점잖은 편. 학부모 유모(47.대구시 달서구 월성동)씨는 고교생 딸과 함께 대구시 교육청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학생들의 글에 경악했다. "1반 담임은 광인. 나잇살만 ×먹었다고 선생이냐" "엎드리게 해놓고 발로 차는 쫛쫛쫛선생들, 그런 것들에게 뭘 배우겠나" 같은 표현에 어이가 없어 매일신문사로 전화를 걸어 "학생들의 인터넷활용이 뭔가 잘못됐다"고 개탄했다.

학생들의 공격은 자율학습이나 소풍, 방송수업 등 소속 학교 운영에도 예외가 없다. "교육부도 무시하는 △△교는 개판" "학생들 쥐어짜는 ○○교는 문을 닫아라" 등 과격한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이처럼 인터넷에 지목된 학교의 경우 대부분 교내 방송을 통해 재빨리 해명하거나 학사운영 방침을 아예 바꾸는 등 문제 확대를 막는데 급급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휴일과 야간 자율학습 문제로 도마에 올랐던 대구 한 고교의 경우 인터넷에 글이 쏟아지자 즉각 회의를 갖고 교내 방송을 통해 이를 폐지한다고 밝혔다가 학생회에서 재고를 요청해 뒤집기도 했다.

실명으로 비난받은 교사들의 경우 충격을 받아 며칠씩 결근하거나 아예 교단을 떠나려는 사람도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 주고 있다. 한 교사는 "동료 교사 가운데 인터넷에서 공개적으로 비난받은 뒤 사직하려는 것을 주위에서 간신히 말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 교육청 관계자는 "모 고교 교사의 경우 수업에 너무 의욕을 보이다 인터넷에서 학생들에게 공격받자 며칠 결근하고는 실의에 빠져버렸다"면서 "교사에 대한 일방적 매도나 과도한 표현은 결국 학생 자신들에게 피해를 불러온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갑작스런 정보화에 따른 과도기적 현상이지만 교권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우려할 일"이라면서 "컴퓨터 기능교육에만 매달리지 말고 컴퓨터 오용의 부작용이나 통신예절 등 기본소양을 가르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金在璥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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