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한국 여자육상 新바람

입력 2000-05-11 15:10:00

그리스 여성 멜포맨. 1869년 제1회 아테네 올림픽 때 마라톤 경기 참가신청을 냈다. 결과는 당연한 거절. 근대올림픽 창시자 피에르 드 쿠베르탱도 올림픽이 남자들만의 행사로 치러지길 바라는 판에 육상 장거리 여자의 경우는 금단(禁斷)의 땅이었다. 멜포맨은 비공식적으로 마라톤 평원(平原)에서 아테네까지 40km를 달렸다. 기록은 4시간 30분. 우승한 남자선수보다 1시간30분이 뒤졌지만 주위에서 '당찬 여성'이라는 호의적인 반응을 얻었다.

여성의 운동경기에 대한 출전금지 저항의 족적은 잇따른다. 일종의 인권운동처럼 펼쳐졌었다. 66년 미국 보스턴 마라톤에 참가를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깁슨은 이를 외면하고 남자들 틈에 섞여 달렸다. 시대의 흐름은 74년 보스턴 마라톤대회에서 여자선수의 참가를 허용해야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해방후 얼마간 여성들은 구경꾼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러나 여자농구의 박신자 전성시대 이후 여성의 체육계 진출은 두드러졌다. 탁구의 이에리사·정현숙, 양궁 김진호·김수녕 등 활약은 남성과 비교해 여성절대위위라는 말도 생겨났었다.

한국 여자육상계에 최근 불어닥친 기록 '신(新)바람'은 또 하나의 새로운 여성개척이다. 지난 4월 중순부터 5월 초순까지 20여일간 여자선수들이 8개의 한국신기록을 작성, 체육에 있어서 여성우위를 증명한 것이다. 남자육상은 지난 2월 도쿄마라톤에서 이봉주가 세운, 고작 1개다. 이번 신기록은 질적으로도 가치가 있어 새로운 계기라는 판단이다. 김미정(울산시청)이 20km경보에서 세운 1시간 39분20초는 자신의 종전기록(1시간46분36초)보다 7분16초를 앞당기는 저력. 한국선수로는 처음으로 이 부문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이정표를 세웠다.

특히 체육은 선수 훈련비, 기록 포상금 등 지속적인 지원육성이 성취와 비례한다. '신(新)바람'도 이런 국민의 관심과 선수의 의욕이 어우러질때 일어 나는 것이다.

최종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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