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지인들과 동네사람들을 모아놓고 '스타워즈-에피소드'편의 시사회를 열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필름영화(디지털로 찍은 영화를 키네코작업을 거쳐서 필름영화화 한 것)를 돌리다가 은근슬쩍 디지털영사기로 그냥 영화를 돌렸다.
흔히들 디지털영화라면 다큐멘터리영화에서 보듯이 가로줄이 죽죽 올라가는 등 화질이 엉망이라고 여기던터라 당연히 시사회 현장에서는 소동이 일어났어야했다. "아니, 시사회 도중에 이거 무슨 일이야. 누구 놀리는 거야"라고 고함이 터져나왔을까. 대답은 'No'. 시사회에 나온 많은 영화빠꼼이들조차 디지털영사기로 바꿔치기된 것을 알지 못했다. 적어도 스필버그 감독이 그 사실을 털어놓기 전에는. "이것이 바로 멀티미디어와 디지털기술의 발전이 가져온 영화테크놀로지의 현주소입니다. 이제 21세기는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필름영화에서 디지털영화로 급속하게 대체될 것입니다"
한국 최초의 디지털영화산업사 KDF(Korea Digital Film, 053-656-2234) 대표 권용철(우리신경정신과 원장)씨는 "지금은 멀티미디어와 영상의 영역 구분이 사라지는 시대"라고 못박는다.
최근 개봉작 '인터뷰'(이정재, 심은하 주연)가 아날로그식 35㎜ 필름영화에 반기를 든 도그마(필름영화의 각종 권위에 도전하는 일종의 영화운동)로 국제적 인정을 받았지만 권씨는 그보다 앞서서 지금까지 우리나라 디지털영화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단순한 영화마니아와는 다르다. 모든 사람이 자유자재로 쓸 수 있는 디지털기술을 영상화하는 기술개발에 매달린 멀티미디어 프론티어이다. 실제로 권씨가 지난해 최초로 개발한 키네코스팅은 디지털 소스를 필름으로 옮기는 작업을 효과적으로, 또 편리하도록 만들어주는 첨단기계. 영어권에서는 'Tape to film transfer system'으로 불리는 키네코가 개발됨으로써 훨씬 값싸게, 훨씬 고품질의 디지털영화를 실현하도록 만든 장본인이다.
현재 전세계에서 키네코스팅을 개발한 업체는 일본 소니에 이어서 KDF가 두번째. 3년여에 걸쳐서 개발한 권씨의 키네코스팅은 우연하게도 소니사의 그것과 똑같은 RGB 방식. 디지털필름의 레드·그린·블루의 3색을 분리해서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시대가 올 줄 알고 4년전부터 대구를 디지털영화의 메카로 만들자고 외쳤지만 아무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이제 전세계가 디지털영화산업에 박차를 가하는데 대구는 내놓을게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뛰어난 경관과 저렴한 인건비,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제2의 할리우드를 꿈꾸는 캐나다 밴쿠버의 이민국에서 권씨에게 적극적인 손짓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을 대줄테니 오기만 하라"고 유혹하는 것이다.
"키네코가 없으면 단 몇초간의 특수효과를 내기위해서 엄청난 돈을 쏟아부어야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특수효과, 특수그래픽을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어서 디지털로 찍어서 인터넷으로, DVD로, 영화로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습니다"
MBC프로덕션과 디지털영화산업 협약을 맺은데 이어, '쉬리'의 강제규감독과 디지털영화촬영에 대한 섭외를 벌이고 있는 권씨는 "아직 충무로는 보수적이어서 디지털영화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형편"이라며 디지털기술의 개발이 누구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저자본으로 디지털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고 말한다. 崔美和기자 magohalm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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