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분쟁 현장-필리핀

입력 2000-05-10 15:22:00

기구한 운명의 나라 필리핀. 특이한 역사 때문에 반군들이 늘 각 시대를 특징지워 왔다.

필리핀은 1520년대 이후 스페인에 의해 재편되기 전에는 부족 단위로 각각 고립 생활을 하고 있었다. 사람이 거주하는 섬이 880개나 될 정도로 많아, 지형적으로도 그럴 바탕이 충분했기 때문. 외부 영향이라곤 14세기에 전파된 이슬람교 정도가 거의 전부였다.

지금 문제의 핵심이 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이슬람 세력이다. 현재는 거의 가톨릭 국가로 성격 매겨졌지만, 사실 회교가 그보다 앞서 전파돼 남부 민다나오를 시작으로 한때는 마닐라가 있는 루손 섬까지 그 영향권 안에 뒀었다.

그러나 스페인이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사태가 반전됐다. 후발 가톨릭이 주 종교로 자리를 잡은 것. 대신 이슬람 세력은 민다나오 등 남부로 쫓겨났다. 현재 민다나오에는 1천600만명 정도가 살고 있고, 그 중 400여만명이 이슬람 신자이다. 이들은 특별히 '모로'족이라 불린다. 외세의 지배가 400년 이상 계속될 때도 이들은 굴하기 않고 정체성을 지켜왔다.

이들의 종국적 요구는 분리 독립이다. 30여년 전부터 무장 활동을 강화, MNLF(모로 국민 해방전선)를 구성했다. 중동국가들의 지원까지 받던 이 단체는 4년 전에 정부측과 평화협정을 체결, 민다나오 4개 주를 자치하는 선에서 저항을 마무리했다. 그 지도자 미주하리(Misuari)는 현재 그 지사를 맡고 있다.

그러나 강경세력은 이 정도에서 만족하지 못했다. 기어코 분리 독립해야 한다는 것. 그 중 하나는 MILF(모로 이슬람 해방전선). 1979년에 따로 조직을 만들었다. 살라맛(Salamat)을 지도자로 해서 1만명 규모의 반군을 형성하고 있다. 이 단체는 그러나 정부군만 공격할 뿐 민간 테러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 과격한 단체도 있다. 1991년에 독자 조직을 만든 아부 사이야프(지도자 Janjalani). 병력 규모라야 650명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민간인 테러를 마구 자행함으로써 떨치는 충격은 훨씬 더 크다.

지금 이 두 단체는 정부군 등에 대해 협공을 취하는 양상이다. 이들의 공동 활동은 필리핀 국방장관이 6일 지적함으로써 처음으로 부상했다. 아부 사이야프는 지난달 23일 필리핀·말레이지아 등 두곳에서 외국인을 포함한 인질들을 붙잡은 후, 현재 그 중 29명을 억류해 살인극을 벌이고 있다. 억류 장소는 민다나오 서쪽 끝 도시 잠보앙가에 마주한 바실란 섬으로, 일대는 '줄루'(Sulu)라 불리는 이들의 거점 지역이다.

또 최근까지도 평화협상을 벌여 온 MILF는 협상장을 이탈한 뒤 몇년만의 최대 공격을 정부군에 퍼부어, 일대 주민 10만명이 피난하는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朴鍾奉기자 paxkore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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