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왕과 나 제국주의 시각 비난 높아

입력 2000-05-08 14:04:00

지난 3일부터 런던공연에 들어간 뮤지컬 '왕과 나'(The King and I)가 제국주의적 시각을 그대로 답습, 또다시 비난을 받고 있다.

영국의 더 타임즈는 "이국적인 맛을 가장한 제국주의적 시각은 이 시대 가장 경계해야 할 구시대 유물"이라며 "'왕과 나'가 태국의 문화를 비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가디언도 "리처드 로저스의 매혹적인 음악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혼돈을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라고 꼬집었으며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그 쇼'(The Show)가 보여준 동양에 대한 태도는 제국주의적 시각 그 자체였다"고 보도했다.

'왕과 나'는 태국(옛 샴)의 왕과 영국인 교사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작품으로 율 브리너와 데보라 카 주연의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다.

지난해 조디 포스터와 주윤발 주연의 '애나 앤 킹'이란 제목으로 리메이크되기도 했다. 그러나 '애나 앤 킹'은 태국의 국왕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하고, 태국민들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태국에서 상영 불가 판정을 받았다. 방콕에 불법 유통되고 있는 비디오테이프에 대한 단속이 전 국가적인 이슈로 등장할 정도로 민감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사안.

뮤지컬 '왕과 나'는 '드라곤''정글북'의 쿵후스타 제이슨 스콧 리가 몽쿠트 국왕 역을 맡았고, 뮤지컬 '에비타'에서 페론, '에디트 피아프'에서 피아프 역을 맡아 호평을 받은 일레인 페이지가 왕실교사역으로 나온다. '사운드 오브 뮤직'을 쓴 리처드 로저스의 작품을 크리스토퍼 랜쇼가 연출했다.

뮤지컬 '명성황후'의 히로인 이태원씨가 왕비역을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한 작품이다. 20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이날 무대에 오른 이태원씨는 "우수한 가창력을 과시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3일 첫 공연은 영국 관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는 등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동양에 대한 막연한 향수 속에 그려진 '왕과 나'는 제국주의적 시각이란 태생적 한계는 벗어날 수 없어 보인다. 金重基기자 filmto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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