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들녘/풀들이 죽어/이제는 길이 되어도 좋을 그 땅/더 가져 갈 것도 없어/우는 바람 비집고/햇빛 쌓인다'(시 '그 땅에 햇살이' 전문)
동화사 승가대학 강주(講主) 해월스님의 시집 '저 푸르른 바람의 숨결'(만인사 펴냄)에는 출가 사문의 몸으로 명징한 구도의 길에서 지켜본 이 세상과 탈속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년이 넘게 편지 한 장 소식도 만남도 없었던, 한 생의 깊은 인연들에게 갖는 죄스러움, 모든 인연에 가슴 아플 때 마다 적어 두었던 시들이다. 시인은 먼 산과 꽃, 사람, 길, 세월, 욕심 등에서 세상을 보고, 삶을 보고, 세월을 느낀다.
'내가 돌 속에 들어가/잠이 든 것은 아마도/하늘 때문이다/메마른 하늘이/숨죽여 쳐다보는 돌 안에/달빛이 있다/나비 한 마리 날아 간/꽃으로 있다/어둠 속에 보이지 않는/돌꽃으로 서 있다'('돌꽃' 전문)
그의 시에는 비록 세속을 떠난 몸이지만 부모, 피붙이와의 인연을 잊지 못하고 번민하는 모습이 투영된다. 늙으신 부모님을 뵐 때마다 아파오는 뼈마디와 무엇 하나 해 드릴게 없는 자신의 처지를, 비록 수행자이지만 가식없이 절제된 어조로 고백하기도 한다. 한 송이 꽃보다 깊은 어머니를 부르는 노래는 언제까지 당신의 아들이고 싶은 마음을 불어오고, 누이를 향한 그리움은 '겨울 달밤 고요에 맺힌 고드름'으로 되어 오기를 기다린다.
'진달래꽃 피는 언덕에 바람 분다/햇살에/흐르는 냇가에/누야의 하아얀 웃음이 지나간다/소리도/소리도 없이/소나무 사이로 흐르는 세월/붉은 꽃 피운/돌 밑 그림자가/온종일 살아 움직이고 있다'('햇살' 전문)
시집 머리에 "출가의 삶에서 적어두었던 시들을 엮어 고향의 모든 깊은 인연들에게 합장의 예를 올린다"고 밝혀 이번 시집에 담긴 의미를 읽을 수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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