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재출연 부정적

입력 2000-04-29 12:02:00

정부내에서 현대투신 부실의 조기해소를 위해 정주영 명예회장과 몽헌 회장 등 총수일가의 사재출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현대그룹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정부와 현대그룹간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고위관계자는 28일 "현대그룹의 주가폭락사태는 유동성 위기보다는 총수일가의 경영행태에 대한 국내외 신뢰도 실추가 더 큰 원인"이라며 "정부가 유동성을 지원하는 것에 상응해 총수 일가의 사재출연이 필요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기호(李起浩) 청와대경제수석은 28일 "현대그룹이 스스로 자구노력을 하지 않으면 현대투신에 대한 자금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현대그룹은 부채비율이 180%에 불과하며 부채중 단기부채 비중이 15%로 낮은 데다 단기외채도 12억달러에 불과해 현재 유동성 부족의 문제가 없다"고 전제한 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현대투신에서 유동성 부족이 발생할 경우 시장금리에 의한 유동성 지원을 통해 금융시장의 안정을 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현대투신 부실해소를 위해 정부가 나서서 총수일가의 사재출연을 요구하지는 않겠지만 현대가 총수 사재출연을 포함한 강도높은 경영정상화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이같은 정부측의 신호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 총수 사재출연을 놓고 정부와 현대그룹간의 긴장이 예고되고 있다.

이창식 현대투신증권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투신은 삼성자동차와는 달리 오너가 도덕적으로 책임져야 할 문제가 없기 때문에 사재출연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鄭敬勳.李大現기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