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야당도시 대구의 살길

입력 2000-04-27 00:00:00

4.13총선때 대구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중 상당수는 밀라노 프로젝트, 지하철 국고지원 등 대구지역 현안사업 가운데 잘된 것은 자신들의 공이라며 다투어 자랑해 진짜 공로자는 누구인지 시민들만 어리둥절했다. 또 지역숙원사업에 언제부터 그렇게 열성을 보여왔는지 모르지만 한결같이 발벗고 나서겠다고 공약한 대로라면 대구지역의 문제들을 풀어가는데는 모두가 혼연일체가 될 것같은 느낌도 받았다. 더욱이 남들이야 싹쓸이라 비난하든 말든 이번 총선에선 지난번과는 달리 한나라당 일색으로 지역국회의원들을 뽑았고 문희갑 대구시장과 대구시의회의 정당소속 분포도 한나라당 일색으로 그야말로 대구는 야당천하(野黨天下)가 되었다. 이렇게되면 지역문제만은 혼연일체를 넘어 일심동체의 대단합을 보일 것만 같은 인상을 준다.

야당천하의 대단합

이같은 한나라당 일색의 단합된 모습을 놓고 일부에선 정부.여당과의 대화통로가 없어져 지역문제를 풀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여론이 나오기도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여소야대(與小野大)로 판가름난 여야의 세력구도에서 대구권이 단결만 한다면 정부.여당도 이 지역과 대화의 문을 열지않을 수 없고 중앙정부와 관련된 지역현안 타결에도 오히려 힘이 실릴 것이란 견해도 나왔다. 하지만 이런 엇갈린 견해에대해 지역민들은 선택적 입장이 될 수 없다. 이미 단일 색깔의 야당도시가 된 이상 후자의 견해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게됐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만큼 단결을 위한 결속력만이 지역문제 해결의 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같은 지역결속력에 대한 기대는 17대 대구상의 회장선거에서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 게다가 대구시 집행부와 시의회가 반도체 관련 외지기업 유치문제를 놓고 갈등양상을 보임으로써 대구의 지도층이 지리멸렬하는듯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지역정치권의 경우도 한나라당 몰표에도 불구하고 지역출신의원들의 응집력 부족으로 총선후 당내입지가 신통찮은 것같아 사방을 둘러봐도 시원한 구석이 없다. 이 지역 야당몰표가 호남몰표의 민주당을 견제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고있는 이상 이 지역출신 의원들이 한나라당의 당직 등에서 높은 비중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지역결속력 무너져

지금 나타나고있는 지역 지도층의 결속력 부족은 그들의 오뚝이 키재기와 같이 고만고만한 리더십에 가장 큰 원인이 있는것 같다. 시장은 시장대로, 지역국회의원은 각자대로,지역의회와 상공회의소는 그들대로 제 팔 제 흔들듯 흔들어대는 것은 시민들의 눈에는 지역이익과 장래에 대해 고심하기보다 제 잘난 맛만 즐기는 느낌을 준다. 선거에서 채병하 상의회장이 문희갑 시장이 밀었다는 후보를 꺾었다는 이유로 대구시와 상의간에 불화가 계속된다면, 시집행부와 의회가 감정대립을 풀지못한다면, 지역정치권과 지역기관들이 힘을 합치지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역경제살리기나 지역발전은 기대하기 어렵고 결국 자치시대를 맞아 선출직 공직자끼리 소아적 자존심 대결로 지역민만 피해를 입게되는 것이다.

공직자끼리 키재기

최근 대구와 위천공단 문제로 갈등을 빚고있는 부산지역의 경우 지역경제와 낙동강오염문제로 똘똘 뭉쳐 삼성차문제 해결 등 나름대로 해결책을 모색하는 모습은 대구와는 퍽 대조적이다. 지역발전을 위해 유망한 반도체 관련 기업들과 2003년 U대회의 유치가 필요한데도 시의회와 집행부의 갈등으로 무산되는 듯한 현실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다. 한나라당 몰표에도 지역의원들의 당내위상이 총선이전처럼 보잘것 없다면 시민들은 맥이 빠질 것이다. 이것은 대구의 희망이 무너지는 조짐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의 지도층은 혹시라도 소아적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면 빨리 버려야한다. 시민들도 지역의 장래를 위해서는 지도층과의 친소관계나 이해관계에만 얽매이지말고 지역공직자의 잘잘못을 공개적으로 엄격하게 비판해야한다. 지역지도층이 지역발전을 위해 출마당시의 초심으로 돌아가게 채찍질해야할 것이다. 이제 이런 지도층의 사분오열을 수습하기위한 화합의 단합대회라도 한번 여는게 어떨는지.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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