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산가족 찾기, 신뢰 확보부터

입력 2000-04-26 00:00:00

다음 달 2일부터 국내 업체를 통해 북한의 이산가족의 생사를 확인하고 송금(送金)도 가능하게 됐다. 한빛은행과 남북한 가족찾기 사업을 하는 유니온커뮤니티가 남북가족 찾기사업과 대북 송금업무를 시작, 지금까지 교착상태에 빠졌던 이산가족 찾기가 활기를 띠게된 것이다.

이 사업은 남한의 이산가족이 재북(在北)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면 유니온커뮤니티의 인터넷사이트에 신청을 한후 한빛은행에 입금하면 홍콩에 있는 라보은행이 이를 중개하고 평양의 고려상업은행에 개설된 금강산국제그룹이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지금까지 남한의 이산가족이 북한의 가족을 찾거나 송금을 하려면 중국 등 제3국을 통해 브로커를 고용하는 편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걸핏하면 돈을 몽땅 떼이거나 턱없이 비싼 수고료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다.

그런만큼 이번 사업을 계기로 남북한이 그동안 비공식 차원에서 묵인해온 이산가족 찾기와 대북(對北) 송금을 공식화시켰다는 측면에서 이산가족 찾기의 새로운 전기(轉機)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북한이 이 사업을 승인한 것은 지금까지 냉담했던 이산가족 찾기에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 것이어서 참으로 고무적이다. 이에 곁들여 우리는 모처럼 추진되고 있는 이번 사업이 좋은 결실을 맺으려면 무엇보다도 남북한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남한의 이산가족이 아무리 송금을 해도 북한 당국이 이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는다면 사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다. 북한은 지금까지 남북교류를 앞세워 자기네들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을 뿐 협약 당사자로서 신뢰를 받지 못할 행동을 다반사로 해왔다.

얼마전 평양음악제에서도 하지도 않은 '서울공연비'를 선불하라고 억지를 부려 모처럼의 남북 문화교류에 찬물을 끼얹은 바 있다. 그런만큼 이번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려면 무엇보다 남북한은 눈앞의 이익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50년 묵은 이산가족의 한(恨)을 풀어준다는 인도적 차원에서 이 문제에 투명하고 진지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이 사업은 민간단체끼리의 교류로 끝날 것이 아니라 남북한 당국이 대화를 통해 미비점을 보완하는 등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모처럼 시작된 이산가족 찾기 및 송금사업이 남북대화의 물꼬를 틔우는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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