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영화 레옹을 보셨습니까?

입력 2000-04-25 15:44:00

수사관과 범법자. 최근 대구 성인오락실 뇌물수수사건이 터지자 검찰과 경찰의 일선 수사관 사이에 새삼 화두로 떠오른 양자(兩者)의 관계.

지난주 뇌물수수 사건의 파문속에 한바탕 인사 법석을 떤 대구지방경찰청의 직원들 사이에 '레옹'이란 흘러간 프랑스 영화 스토리가 오르내렸다. 경찰 마약단속반 직원들이 마약장사를 하고 살인을 밥먹듯 하는 이 영화는 일선 수사관들의 일탈된 행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경찰청 한 고위간부는 "형사들이란 범법자들의 생활속으로 깊숙이 들어가야 그들을 제어할 수 있고, 그러다보니 범법자들의 문화에 젖은 형사가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경찰들이 자주 쓰는 말중에 '잘 나가는 형사는 부패하기 마련'이라는 게 있다. 범법자들과 어느 정도 비밀거래(?)를 해야 유능한 형사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그들 나름의 '경험법칙'이다. 그만큼 수사관들은 범죄와 돈의 유혹을 떨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또 다른 현실은 수사관들에게 마냥 '청빈(淸貧)'을 요구하고 있다. 40대 후반 형사들이 받는 월급은 이것저것 합해 200만원을 채 넘지 못한다. 한 형사는 "월급을 집에 갖다주고, 한달 수사비 24만원으로 뛰어다니려면 푼돈이나마 뇌물을 거절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는데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기는 무리가 아니냐는 얘기다. 물론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지만, 수긍할 만한 부분도 없지 않다.

뇌물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찰관들 사이에 "유혹을 떨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거기서 벗어나면 엄벌에 처하라"는 불만이 들끓고 있다. 누군가 새겨 들어야 할 얘기가 아닐까.

박병선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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