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별 접근-가슴 통증

입력 2000-04-25 14:22:00

50대 초반의 김 부장은 가슴이 뻐근해 걱정이 크다. 지난번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이라는 판정도 받아놓은 참. 아무래도 혈전으로 관상동맥이 막혔거나 심근경색증이 생긴 것 같아 가만 있을 수가 없었다. 바로 병원을 찾았지만, 별것 아니라는 말만 들었다. 다음날 고교 동창이 있는 대학병원에 다시 찾아가 정밀검진을 받았다. 심전도 검사를 받고 조영촬영을 하고 CT까지 찍었다. 역시 이상 없다는 얘기. 그런데 왜 통증은 계속될까?

◇가슴이 아프면 심장병?

가슴이 아프면 일단 심장병부터 생각하고 걱정하는 수가 많다. 심하면 약까지 사 먹는다. 물론 심장병은 가슴 통증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무서운 병. 그러나 가슴이 아프다고 모두 심장병은 아니다.

흉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우리 가슴 속에는 다양한 장기가 있다. 흉곽 안에는 심장, 대동맥, 폐, 식도가 있다. 그리고 이 장기를 보호하는 갈비뼈, 흉곽 근육 등도 있다. 이들 중 어느 한곳에만 이상이 있어도 흉통이 발생한다.

따라서, 가슴이 어떻게 아픈지, 통증이 언제 발생하는지, 어떻게 그게 완화되는지, 통증의 지속시간은 어느 정도인지를 잘 살피면, 어느 부위가 잘못됐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된다.

◇심장병에서 오는 흉통

가장 흔한 흉통은 심장 때문이 아니라 신경성에서 오는 것이다. 몇초 또는 하루종일 심장이 콕콕 찔리는듯 아프거나 우리하게 아프다. 심장병으로 의심하고 심혈관 조영술을 비롯한 여러가지 검사를 받기도 하지만, 심장질환과는 무관한 흉통이다.

심장 때문에 가슴이 아픈 대표적인 병은 관상동맥 질환. 심장에 피를 공급해 주는 혈관을 관상동맥이라 한다. 그것이 동맥경화 등으로 좁아지면 심장으로 공급되는 피와 산소가 부족하게 된다. 그러면 우리 몸은 통증이라는 신호를 보내 위험을 알린다.

가슴을 쥐어 짜거나 가운데를 짓누르는 것 같은 통증이 있으며, 협심증일 가능성이 있다. 이 병에 의한 통증은 운동할 때, 정신적 흥분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안정되면 통증이 없어지기도 한다. 통증 지속 시간은 5~30분.

만일 이런 흉통이 30분 이상 지속되면서 숨이 가쁘고, 땀을 계속 흘리고, 현기증 등이 있으면, 심근경색증일 가능성이 있다.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식도에 문제가 있어도 흉통이 온다

식도도 흉곽에 있는 장기이다. 위산이 식도로 거꾸로 올라가는 식도 역류, 식도 경련 등도 흉통을 일으킨다. 식도에 이상이 있을 때는 명치 부위에 타는 듯한 불쾌감 또는 쥐어 짜는 듯한 통증이 10분~1시간 정도 계속된다. 누워 있을 때, 공복일 때, 찬음식을 먹을 때 통증이 악화되며, 제산제나 음식을 먹으면 완화된다. ◇기침이나 하품할 때 오는 흉통

늑막염이나 기흉과 같은 늑막질환도 흉통을 유발한다.

흉통이 있을 때 폐암이 아닐까 걱정을 많이 하지만, 기관지나 폐실질에는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거의 없다. 따라서 폐암·폐렴 등이 늑막으로 퍼지지 않는 이상 흉통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옆구리나 아래쪽 흉곽에 통증이 있고, 기침이나 하품할 때, 심호흡 때 통증이 악화되면 늑막염일 가능성이 높다. 손으로 갈비뼈 사이를 누르면 통증이 악화되는 수도 있다.

담배를 피우고 키가 크며 체형이 마른 젊은 남자에게 갑작스런 통증과 함께 호흡곤란이 있으면, 기흉을 의심할 수 있다. 폐포가 터짐으로써 폐로 들어갔던 공기가 그 밖으로 빠져나와 흉곽 안에 차게 돼 폐가 정상적인 팽창을 못하는 것이 기흉이다.

글 :이종균기자

도움말:신동구교수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