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회담 개최와 향후 정국

입력 2000-04-24 14:56:00

24일 여야 영수회담을 계기로 그동안 대립과 반목으로 점철된 여야관계의 복원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 대통령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청와대에서 오찬을 겸해 영수회담을 가졌다. 지난 99년 3월 17일 이후 1년 1개월여만의 만남이다. 이날 회담은 청와대 측에서도 "외국 국가원수와의 정상회담에 버금갈 정도로 격을 높였다"고 밝혔다. 원내 제 1당인 한나라당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명실상부하게 인정하겠다는 것으로 지금까지 몇 차례 총재회담에서 보인 청와대 측 태도와는 큰 대조를 보였다.

이날 회담에서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앞서 열린 실무접촉과 마찬가지로 대화와 협력, 상생의 정치 복원을 천명했다. 김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국정운영의 파트너임을 인정하고 이 총재와 수시로 만나 국정운영을 협의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또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도 성공적인 개최를 통해 한반도의 전쟁위험을 줄이고 평화를 정착시키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한다는 데 합의했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과 이 총재는 선거법 개정 등 정치개혁 추진과 여권의 인위적인 정계개편 중단, 선거사범.병역비리의 차별없는 수사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이같은 양당 총재의 회담결과는 일단 대화와 타협을 통한 양당관계의 복원으로 평가된다. 총선 후 여소야대의 양당구도라는 달라진 정치상황이 이같은 합의에 이르도록 이끈 것이다. 이에 따라 양당은 갈등과 마찰이라는 구태에서 벗어나 향후에는 어떤 형태로든 서로 손을 잡고 국정운영에 협의해 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

또한 이번 회담은 김 대통령과 이 총재가 양자를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인정한 의미있는 만남으로 기억될 것 같다. 전례없이 회담에 앞서 실무회담을 갖고 양자간의 이견을 조율한데다 회담 내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눈 것을 볼 때 이같은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남궁진 청와대 정무수석과 한나라당 맹형규 총재비서실장은 이와 관련 "총선민의는 여당에게는 야당의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야당에게는 여당을 견제하되 대화와 협력을 통한 정상적인 여야관계를 복원하라는 명령"이라며 회담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번 회담은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열렸다는 점에서 향후 정국에 미치는 영향도 지대할 것 같다. 일단 이날 회담에서 양자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협력할 뜻을 밝힘에 따라 여야간 화해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이같은 여야간의 해빙분위기가 어느 정도 지속될 것이냐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이후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주자들의 발걸음이 빨라질 경우 정계개편론 등으로 인한 여야간의 대치상황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또 총선 후 여야간에 첫 힘겨루기가 될 16대 원구성에서도 원만한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보여질지 미지수다. 일단 이번 회담을 계기로 화해무드가 형성됐다고는 하지만 원 구성에 따른 유.불리를 계산할 때 여야가 또다시 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회담을 계기로 자민련은 추락한 위상을 새삼 절감하고 있다. 전날까지 여야 영수회담은 3당 총재회담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온 자민련은 일단 영수회담이 자신들을 배제한 채 열리자 착잡한 심정이다. 자민련 측은 엄연히 캐스팅 보트를 쥔 제3당인 만큼 응분의 대접을 받아야 한다며 영수회담 후 김 대통령과 이한동 총재의 별도 회담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만약 이같은 연쇄회동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민련 측은 16대 원 구성을 위해 열리는 내달 임시국회에서 캐스팅 보트를 적극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李相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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