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부실규명부터

입력 2000-04-24 14:57:00

최근 정부당국은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을 슬그머니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어 국민에게 무책임한 인상을 주고있다. 지난해 64조원이면 충분하다고 공언했던터에 총선이 끝나기가 무섭게 이헌재 재정경제부장관, 이용근 금융감독위원장 등 재정금융 당국의 책임자들이 잇따라 나서 이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것은 아무래도 속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다. 2단계 금융구조조정에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6월부터 본격착수를 밝힌 금감위의 태도는 그래도 솔직한 편이다. 재경원측은 국민에 대한 호언장담이 마음에 걸렸음인지 "부족할 경우 추가조성을 추진할 생각"이라며 원론적인 발언으로 분위기조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정부의 공적자금 추가조성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것은 사실이다. 이미 민간연구소나 금융전문가들은 20조~40조원은 더 있어야 2단계 금융구조조정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당장 자금이 필요한 부실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의 투입이 늦어져 구조개선이 지연되면 국민경제의 손실은 엄청나게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부족한 공적자금조성을 무한정 미룰 수도 없다. 그러나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 조성은 결국 국민부담과 직결되는 만큼 국민의 동의없이 불가능하고 정부당국의 무책임한 태도로 보아선 선뜻 동의하고 싶지않다.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의 고통을 담보로 조성한 공적자금이 어떻게 쓰여졌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도 못하고 정부가 추가로 필요하다면 무턱대고 동의할 수 있겠는가. 더욱이 뼈아픈 공적자금이 들어간 은행에서 돈을 빌려 다시 부실을 만든 기업주가 되레 큰소리를 치며 도덕적 해이를 만들고 있는 모습들은 우리 경제를 다시 위기로 몰아넣는 불안요인이라 할 것이다.

공적자금의 추가조성이 불가피하다면 정부는 먼저 국민에 대한 공언이 지켜지지 않은데 대한 사과부터 해야할 것이다. 환란속에 조성된 64조원은 국민의 피와 눈물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돈으로 충분하다 했으면 그것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이를 어겼을 경우 그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사과부터하는 것이 순서다. 투입된 돈을 회수해서 쓰겠다고 해놓고 그렇게 되지 못했다면 이 돈을 까먹은데 대해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이를 따지는 것이 추가공적자금 투입에 교훈이 되고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결코 부실기업과 부실금융기관의 봉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부는 경제문제에 대해 턱없는 호언장담을 삼가야 한다. 다가올 일에 대한 예측능력이 없으면 먼저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중지부터 모아야할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