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세나라의 증시대응 방식

입력 2000-04-19 15:16:00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등 3국의 주식시장이 '동반' 폭락했지만 각국 정부의 대응방식은 큰 차이를 보였다. 우리 정부는 장관들이 부랴부랴 모여 임시방편식 증시대책을 쏟아낸 반면 미국, 일본 정부는 시장에 맡겨둬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미국 뉴욕증시가 폭락한 14일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중앙은행이 결코 구제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명심하라"고 강조했다. 또 "증권시장에서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주식시장이 대폭락하는 와중에 우리나라 장관이 이같이 발언했다면 십중팔구 자리를 지키기 힘들었을 것이다.

일본에선 자민당 등 여3당이 증시부양을 위해 공적자금을 투입하라고 정부에 압력을 넣었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미야자와 기이치 일본 대장상은 "예상된 일이므로 놀라지 않는다"며 오히려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달리 우리 정부는 관계 장관들이 아침 일찍 회의를 열고 연·기금 등으로 주식매입을 확대하는 등의 증시대책을 발표했다. 증시를 부양하려는 정부의 충정 덕분인지 거래소 시장은 반등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연·기금의 주식매수여력이 약해 실효성이 의문시된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언제까지 정부가 증시에 개입하려 하느냐" "시장에 맡겨두는 게 증시에 도움이 된다"는 등 정부의 증시개입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증권 전문가들은 "당국이 총선 직전 이틀에 걸쳐 기관을 동원, 무리하게 장세를 떠받치려 했던 것에서부터 시장은 왜곡되기 시작했다"며 '관치주가'의 폐해를 지적하고 있다. 시장에 맡겨 800선에서 바닥을 다졌다면 사상 최악의 폭락은 오지 않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의견. '명의는 눈앞에 보이는 병뿐 아니라 병의 뿌리까지 뽑는다'는 말이 있다. '기관투자가를 동원하면 주가를 부양할 수 있다'는 우리 정부의 구시대적 인식을 바꿔 증시에 대한 '대증요업'에 치중하기 보단 주식시장의 근본적인 발전을 위해 정부가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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