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3중고 해결 할 누구 없소

입력 2000-04-19 14:32:00

중2 아들과 초교 5년생 딸아이를 둔 주부 정모(43·대구시 달서구 도원동)씨. 그녀는 얼마전 한 은행의 월 60만원 짜리 '식당 아줌마'가 됐다. 아이들이 커면서 부쩍 늘어난 사교육비 부담 때문. 아들 학원비, 수학 과외비, 컴퓨터 수강료 등이 30만원이나 되고, 딸의 영어·피아노·컴퓨터 학원비가 또 20만여원. 공무원인 남편 월급의 3분의1이 여기에 들어가 버린다.

초교 5년 및 3년생 자녀를 가진 주부 김모(37, 대구시 수성구)씨는 아직 어쩔줄 모르고 있는 경우. 중소기업 회사원 남편의 한달 봉급 150만원으로는 앞으로 과외비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짐작 조차 제대로 안된다. 이웃집을 보니, 남자 아이는 태권도·컴퓨터·영어·수학에다 논술까지 따로 가르치고 있다. 여자 아이에겐 피아노·미술은 기본이고, 영어·논술 등까지 선생을 붙이는 낌새. 그러다 보니 원망이 멀리까지 낮아가기도 한다. "나이 답잖게 시달리는 아이들이 보기 딱하다, 도대체 학교는 뭣 때문에 있는지 모르겠다".

고교생 자녀가 있는 가정은 사태가 더 심각하다. 과외비 부담이 증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외에도 이런저런 일로 아이들이 수시로 몇만원씩을 들고 가야 한다. 고교생과 중학생 남매를 둔 40대 후반의 한 중견 직장인은 "쌀값, 아파트 관리비 등 생존에 필수적인 몇몇 지출 외에는 모든 돈이 애들 밑에 지출되고, 저축은 못해본지 오래됐다"고 했다.

세상이 달라지면서 부모들의 등뼈가 더 휘고 있는 것이다. 과외 말썽이야 수십년 묵은 일이지만, 갈수록 태산이니 문제인 것. 영어 회화는 '생존'의 필수요건 같이 돼 버렸다. 컴퓨터라는 것은 왜 나와 가지고서 부모의 주머니를 훑을까? 대학입시의 특별전형이라는 것도 부모를 불안케 한다.

그뿐이면 다행이게? 현지 어학연수라는 것이 가슴을 덜컹거리게 만들드니, 요새는 조기유학 전면 허용으로 웬만하면 물건너로 내보낸다지 않는가. 이러다가 내 자식만 바보 만드는 것은 아닐까? 엄마들의 속이 탄다. 물론 돈이라도 충분히 있다면 걱정이 덜할 터. 하지만 그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복이 아니다. 결국은 많은 부모들이 거의 모든 것을 희생해 가며 자녀 과외비 대는데 인생을 보내야 할 참인 것이다.

이러다 보니 가족 생활에서도 적잖은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고 어머니들은 말한다. 자녀는 자녀 대로 숨막혀 죽을 맛이지만, 부모는 "내가 이만큼 희생해 가며 밀어주는데 너는 왜 그 정도 밖에 안되느냐"고 안달이다. 과외를 통해 미리 교과과정을 배워 버렸다며 아들·딸이 정작 본령인 학교 생활에서는 수업을 듣지 않는 경우가 발생, 학교도 신음한다. 대구 ㄱ고 2년 이모군은 "새학기에 배울 것을 지난 겨울방학 때 학원에서 이미 배운데다 요즘은 과외로 복습까지 하고 있으니, 학교 수업이 무료할 수밖에 더 있느냐"고 했다.

버겁고 힘든 사교육. 혹시 지친 아버지들로 하여금 검은 돈의 유혹에 취약하게 만드는 일은 없을까? 품팔이와 파출부로라도 나서지 않을 수 없을 만큼 어머니들을 비장하게 만드는 이 세태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공허해지는 학교 교실은 누가 해결하고? 난제 중의 난제가 우리 사회를 덮고 있다.

趙珦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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