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농가 브랜드화 본격화

입력 2000-04-18 14:10:00

'얼굴 있는 쌀'이 뜨고 있다. 공산품뿐 아니라 농산품에서도 브랜드화 붐이 본격화되고 있고 그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북도내에서는 52개 업체에서 60여개의 쌀 브랜드화를 추진한 상태. 숯, 멸치젓, 목초액 등 자연 농법을 이용한 '문경 활성탄쌀', 오리농법으로 재배한 '영주 황부자청둥오리쌀', 돌의 성분을 이용, 재배한 울진 온정농협의 '백암 게르마늄쌀', 쌀포장재 내지를 대나무 숯종이로 포장, 판매하는 경주 안강농협RPC(미곡종합처리장)의 '명명백백쌀', 유기재배로 가꾼 '선산 산촌쌀' 등 10개에 달하는 브랜드는 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품질인증 또는 환경마크 인증을 받아 이미 브랜드의 상품성을 대내외로 알리는데 성공했다.

또 각 지역 마다의 양질품종(일품, 일미)을 키우는 쌀 농가와의 계약재배를 통해 47종의 브랜드 미(米)를 개발, '얼굴 있는 쌀' 유통체계를 마련했다.

브랜드 쌀의 장점은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고 일반 쌀보다 비싼 값에 거래된다는 점. 영주 황부자청둥오리쌀의 경우 도내 브랜드 쌀 중에서도 가장 높은 가격인 1㎏당 2천875원에 팔려나가고 있고, 백암 게르마늄쌀도 2천700원의 가격으로 팔려나가고 있지만 수량이 달릴 정도로 인기다.

시중에서 일반미 80㎏짜리가 16만~17만원 정도에 거래되고 있는데 반해 이들은 23만원에서 21만5천~6천원 사이에 거래돼 무려 5만~6만원 이상의 가격우위를 지니고 있다.

이같은 브랜드 쌀은 경북도내에서는 현재 2만6천㏊, 96만 4천섬(99년 쌀 생산량 대비 21%)을 생산 판매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단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이 형성돼 있는 브랜드 쌀은 '미농 버섯쌀'이 손꼽힌다. 80㎏ 한 포대에 무려 77만~78만원에까지 이를 정도.

영남대 식품가공학과 이재성 교수가 지난 해 말 상황버섯 등 버섯균을 곡물에 배양시켜 항암효과와 면역증강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 버섯쌀의 실험 결과를 (주)미농을 통해 맛을 돋우고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기능성 식품으로 상품화 한 것이다.

이같은 쌀의 브랜드화 추세는 과거 정부가 관리·통제하던 양정제도가 시장 기능에 맡기는 쪽으로 서서히 전환되면서 불가피한 선택이기도 하다.

93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정으로 95년부터 2004년까지 매년 750억원 정도씩 정부 추곡 수매량을 감소해야 함에 따라 정부 중심 양곡정책을 농협을 통한 자율판매와 쌀값의 진폭 허용 등 민간쪽으로 적극 활성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의 산물이기도 한 것. 종전 정부가 쌀 전량을 수매하던 시절엔 그 품질이나 가격의 차별화를 꾀할 필요 자체가 아예 없었던 것이다.

경북도 농산과 이태암 과장은 "차기 WTO협상과 2004년 쌀의 관세화 유예 재협상에 대비, 쌀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입쌀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브랜드화 사업 적극 지원과 함께 친환경 농업정착에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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