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블망원경 우주궤도 진입 10년

입력 2000-04-17 14:16:00

오는 24일은 현대 천문학의 황금시대를 연 허블우주망원경이 지구 궤도로 쏘아올려진 지 만 10년이 되는 날이다. 1990년 4월24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는 지름 2.4m, 무게 800여kg의 거대 우주망원경 허블을 궤도상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사실 처음 몇 해동안 허블망원경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반사경을 조립하면서 생긴 오차 때문에 정확한 초점이 맺혀지지 않아 보내오는 사진들이 흐렸다. 그러나 1993년 1차 수리작업으로 보정시스템이 장착되자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1609년 갈릴레오가 인류 최초로 망원경을 이용, 우주를 관측하기 시작한 지 380년만의 일이었다. 천문학자를 무던히 괴롭히던(?) 지구 대기권의 방해로부터 마침내 자유로워지던 순간이었다. 허블망원경만큼 짧은 기간에 우주에 대한 인류의 시각을 급진적으로 바꿔놓은 장비는 없었다. 지금껏 상상할 수조차 없던 선명한 우주의 비경들이 지구로 쏟아졌다. 허블의 관측 능력은 지표상의 어느 망원경과도 비교를 거부한다.

허블은 지구로부터 약 588km 떨어진 상공에서 90분마다 한 번씩 시속 2만7천200km로 지구 주위를 공전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총 5만8천400여회 공전했으며 전체 이동거리는 24억km로 태양까지 8번 왕복한 셈이다. 이 기간동안 허블은 총 27만3천건의 조사작업을 벌였으며, 1만4천개의 천체를 관측했다. 지구로 전송한 총 데이터양은 3.5테라바이트(3.5조바이트). 망원경이 하루 평균 보내오는 데이터는 3~5기가바이트(30~50억바이트)로 가정용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꽉 채울 정도의 양이다. 허블이 보내온 자료 보관소에서 전세계 천문학자들에게 보내지는 데이터의 양은 하루 평균 10~15기가바이트. 천문학자들은 허블의 관측결과를 토대로 지난 10년간 2천651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허블은 지구 궤도상에 놓여진 최초의 적외선-가시광선-자외선 관측망원경이다. 허블에 장착된 지름 2.4m짜리 거울은 인류 역사상 지금까지 제작된 거울 중 가장 매끄럽게 표면처리된 것. 표면의 오차는 100만분의 1인치 이하. 허블의 분해능력(멀리 있는 물체를 구분해 내는 능력)은 미국 동부에서 대구 근교를 날아다니는 반딧불이 한 쌍을 구분해 낼 정도. 이같은 정밀도는 지구에 설치된 일반 망원경의 10~20배에 이르는 것이다.

허블이 관측할 수 있는 별의 밝기는 31등급까지. 참고로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등급은 6등급까지다. 등급이 높을수록 어두운 별. 멀리 있을 수록 별의 밝기가 어두워지기 때문에 허블이 어두운 별을 본다는 것은 그만큼 멀리 있는 별을 보는 것이며 동시에 우주 까마득히 먼 과거를 보는 셈이다. 망원경을 '타임머신'이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

허블망원경은 미국 메릴랜드주 그린벨트에 있는 고다드우주비행센터의 통제를 받는다. 그러나 허블이 수행할 과학적 임무는 존스 홉킨스대학내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로부터 부여받는다.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는 오늘날 허블을 있게 한 주역이다.-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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