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만 주식인구 시장은 후진국 수준

입력 2000-04-17 00:00:00

주식인구가 1천만명에 육박하고 하루 거래대금이 6조원에 이르는 우리 주식시장. 거래의 절반 이상을 사이버거래가 차지할 정도로 투자방법 역시 선진화됐다.

하지만 이같은 외형적 성장에도 불구, 질적인 측면에선 주식시장이 '후진국 수준'이란 따가운 비판을 받고 있다. '관치주가' 시비, 무원칙한 투자성향, 전산장애 및 제도미비 등 주식시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이 수두룩하다.

▨ 관치주가 논란

지난 11일 증권가엔 정부가 일부 기관투자가들에게 순매수를 요청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금융당국이 몇몇 투신사와 은행에 이날짜로 순매수를 요청했고 기관 투자가들은 장 막판에 포철, 한전, SK텔레콤 등 일부 지수관련주들을 매입, 낙폭을 대폭 줄였다는 것.

총선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주가관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자 재경부는 "순매수 요청은 사실과 다르다"며 "정부는 시장기능을 존중하고 있으며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12일에도 기관투자가들은 500여억원 어치를 순매수, 지수하락을 저지했다. 이날도 증권업계 일각에선 당국이 기관에게 '순매수 유지'를 권유(?)했을 것이란 시선을 보냈다. 금융당국의 개입에 대한 사실 여부를 떠나 주식시장에서 '관치주가'란 얘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후진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무원칙한 투자성향

'미국 증시가 재채기하면 우리 증시는 감기몸살을 앓는다'

최근 주식시장의 왜곡된 투자행태를 꼬집는 말이다. 기업의 경영실적 등 '내용'에는 아랑곳 않은채 미국 증시에 대한 동조화 수준을 넘어 지나치게 과민반응을 보여 주식시장이 미국에 철저히 '종속'된 실정.

지난달 10일부터 6일까지 미국의 나스닥 지수는 17% 하락한 데 비해 코스닥 지수는 거의 두배 가까운 32%나 떨어졌고 미국 S&P지수는 7% 오른 반면 거래소 지수는 10% 하락했다. 투자자들이 무원칙한 태도로 미국 증시 따라하기에만 열중하다 보니 주가가 제멋대로 춤을 추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조건 외국인을 뒤쫓거나 해당 기업의 이름조차 모른채 투자하는 것도 철학없는 투자로 손꼽히고 있다.

▨ 전산장애 및 제도미비

증권시장에선 '툭'하면 전산장애가 발생,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12일엔 일부 증권사의 주식 및 선물·옵션 매매주문이 중단됐다. 4개 증권사가 증권전산에서 임대한 외부용역시스템 '세이브플러스'가 장애를 일으키는 바람에 주식 및 지수옵션 매매 체결이 이뤄지지 못한 것. 11일에도 코스닥 시장의 전산처리가 지연돼 투자자들이 자신의 주문이 코스닥 시장에 접수됐는지 조차 확인하지 못하는 일이 빚어졌다.

제3시장에서 연일 터무니없이 높거나 낮은 가격으로 매매거래가 체결되는 것도 사이버주식거래 시스템이 허술하기 때문. 가중평균가가 9천650원인 한국웹TV주식이 150원, 가중평균가가 5천840원인 확률씨앤시주식이 10원에 매매체결되는 것과 같은 '불상사'를 막으려면 가중평균가의 일정 범위를 뛰어넘는 가격대를 입력할 경우 투자자의 의사를 다시 확인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풍상호신용금고의 공매도 파문은 신용과 결제능력, 규모 등이 열악한 편인 신용금고까지 공매도시 증거금률 0%를 적용하는 등 기관투자가로 '대우'한 것이 근본원인이다. 공매도는 개인투자자에 비해 기관투자자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시장을 조종할 수 있는 '특권'을 부여하는 불합리한 제도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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