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국 표분석-편가른 영·호남 "언제까지…"

입력 2000-04-14 00:00:00

제16대 총선은 영·호남의 지역구도가 고착화된 가운데 충청권의 녹색바람이 상대적으로 잦아들면서 강고한 3자정립 구도에 균열이 생긴 것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개표결과 제1당으로 부상한 한나라당은 부산, 경남·북 등 영남권에 걸린 65개의석 가운데 울산 동 1곳을 제외한 64개 지역을 휩쓸었다.

민주당도 광주, 전남·북의 29석 중 광주 남, 전북 남원·순창, 전남 해남·진도와 보성·화순 등에서 친여 성향 무소속에게 빼앗긴 4석을 제외하고 25석을 차지했다.

양당은 그러나 상대편 텃밭에서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함으로써 정권교체이후에도 여전히 영·호남의 지역감정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 역대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에게 5~10석까지 여의도 길을 터줬던 영남권이이번에는 압도적으로 한나라당을 밀어주는 표의 응집력을 과시,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역 지역감정'을 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15대 총선에서 지역구 79석에 머물렀으나, 이번에 100석에 육박하는 성과를 올렸다는 점에서 비록 원내 제2당에 그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이인제(李仁濟) 선대위원장의 바람을 업고 공동정권의 파트너였던 자민련의 안방인 충청권을 유린, 무려 8석을 거둬들이는 성과를 올렸고 불모지였던 강원에서 5석, 제주에서 2석을 차지해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췄다.

민주당은 그러나 당초 수도권의 우세 또는 접전지역으로 분류했던 선거구에서 예기치 않은 타격을 입어 제1당 등극에 실패하고 말았다.

서울에서 서대문갑(우상호·禹相虎), 마포을(황수관·黃樹寬), 구로갑(이인영·李仁榮), 경기에서 안양 동안(이석현·李錫玄), 광명(조세형·趙世衡), 군포(유선호·柳宣浩) 등에서 박빙의 차이로 고배를 마신 것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싹쓸이'에 가까운 영남권의 절대적 우위를 바탕으로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나름대로 선전, 제1당을 고수하게 됐다.

한나라당은 옛 여권의 표밭이었던 강원과 인천에서 밀리고, 제주에서도 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호남권과 비교해 의석이 배 가까운 영남권에서 대승, 10석 이상의 차이를 보이며 비교적 만족스런 승리를 일궈냈다.

한나라당은 수도권의 지지기반을 어느 정도 지켜낼 수 있었던 것을 총선을 사흘앞두고 터진 남북정상회담 개최발표가 '약효'를 발휘하지 못하고, 오히려 '영남위기론'으로 영남표의 결집을 불어왔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자민련은 지난 15대 총선 당시 텃밭인 충청권과 영남권 일부에서 초강세를 보여 지역구에서만 41석을 차지하는 위세를 보였지만, 4년전 67%에 달했던 표결집도가 절반정도인 35%까지 주저앉아 원내교섭단체마저 구성하지 못하고 말았다.

지역구도 하에서 충청권의 '반란'은 이인제 선대위원장이 차기 대권후보로 급부상한데다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가 내각제 관철에 실패하고 공동정권에서 일탈한데 대한 충청 유권자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또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민국당은 한나라당에 맞서 영남분할을 시도했지만, '반 DJ(김대중 대통령)' 정서에 경도된 영남권의 친 한나라당 정서를 극복하지 못한채 궤멸했다.

민국당은 강원 춘천에서 한승수(韓昇洙) 후보 한명만 당선권에 진입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얻게 돼 선거후 당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처지에 몰렸다.

벤처신당을 주창했던 한국신당은 김용환(金龍煥·충남 보령·서천) 후보가 유일하게 당선되어 초라한 성적을 거두는데 그쳤다.

또 진보정당의 원내진출로 관심을 모았던 민주노동당은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 1명도 당선자를 내지 못했고, 서울에만 후보자를 냈던 청년진보당도 지지율이 바닥권에서 벗어나지 못해 출전에 만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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