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선거라 불려지는 제 16대 총선은 선거운동 개시일 전부터 후끈 달아올랐다. 여.야 각 당이 공히 내세운 공천 개혁과 엄청난 파장을 불러온 시민단체의 낙천명단 발표, 그리고 후보자 검증을 내세운 선관위의 후보자 병역과 전과, 세금 납부 공개가 이어졌다. 그러나 정당과 후보자들의 선거 양상은 여전히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번 총선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은 제시하는 시리즈를 마련했다.
편집자
이번 총선에서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네거티브 운동'의 기승이다.
후보자들의 '아킬레스 건'에 해당되는 사생활이나 병역 기피 등 부적격 사유가 선관위와 총선시민연대의 발표로 속속 드러나자 후보마다 상대방 흠집내기에 몰두한 때문이다.
후보자 검증을 위해 처음 도입된 제도가 오히려 엄청난 부작용을 불러온 셈이다. 여.야 중앙당은 연일 성명과 논평을 발표하며 선거기간 내내 상대 당 비난과 흑색선전에 몰두했으며 각 지역 후보들도 합동유세나 TV토론회 등 장소와 때를 가리지 않고 이전투구식 물어뜯기 싸움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한동안 모습을 감췄던 흑색 유인물이 밤거리에 무차별적으로 뿌려졌으며 인터넷과 PC통신이 흑색선전의 도구로 활용됐다.
또 선거가 중반전을 넘어서면서 후보 운동원간의 폭력 사태와 금품 살포 공방 등이 이어졌으며 합동 유세장에서의 청중 동원과 빼가기 등 구태가 그대로 재현됐다물론 이 과정에서 지역 현안이나 정책 공방 등 지역 대표를 뽑는 선거 운동 본연의 모습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으며 유권자들은 '어느 후보가 더 흠집이 적은가'라는 상대성에 따라 후보자 선택을 강요받게 됐다. 결국 선거운동뿐 아니라 투표도 '네거티브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것.
헌정 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총선시민연대 등 시민단체들의 적극적인 낙선.낙천 운동도 상징적인 의미에서는 '큰 족적'을 남겼지만 영향력과 과정에서 몇가지 과제를 남겼다.
우선 후보자 선정에서부터 편파성 시비에 휘말렸으며 실정법을 무시한 낙선 운동도 후보자뿐 아니라 선관위 측과도 물리적 충돌을 빚었다. 여기에다 시민단체의 유일한 무기인 유권자의 호응도도 당초 기대와는 달리 저조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지역주의 선거구도도 그대로 재현됐다.
특히 한나라당이 '영남 싹쓸이론'을 자신하는 등 여느 때보다 지역주의 악령이 기승을 부렸다. 선거 운동 초반부터 대구.경북 27개 지역과 부산.경남.울산 38개 전 지역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이 압도적인 우위를 보였다. 이른바 '묻지마 한나라당 정서'가 호남 지역의 'DJ선생님'에 못잖은 저력(?)을 발휘한 것. 여야의 선전이 기대되던 충청권 또한 자민련 바람에 휘말려 또다시 지역주의에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밀레니엄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의지와 비전을 담아내지 못한 채 의석확보에만 매달린 여.야 각 중앙당의 앞뒤 가리지 않은 비난전도 선거 분위기 혼탁에 일조를 했다.
결국 유권자들의 눈높이를 따라잡지 못한 질 낮은 선거 분위기는 어느 때보다 심각한 '유권자 냉담'을 불러 왔다. 13일 오후 6시 투표장이 문을 닫고 개표가 끝나면 제 16대 총선의 공식적인 레이스는 끝나게 된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터져나온 각종 불.탈법 시비는 당선무효소송 등 적지않은 선거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李宰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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