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논란속 일단 여 유리

입력 2000-04-11 14:47:00

남북한이 6월 평양에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했다는 발표는 남북관계 뿐만 아니라 이틀 앞으로 다가온 4.13 총선에도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낙선운동 및 후보자 전과.납세.병역기록 공개 등 새로운 환경속에서도 철저한 지역분할 구도를 나타내온 이번 총선의 막판에 터져나온 남북정상회담 합의는 그동안의 지역대결 구도를 희석시키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내부에서는 이러한 발표가 여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반대로 별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사실 그동안 우리 선거사는 막판 돌발변수, 특히 남북관계와 관련한 사건에 의해 상당한 영향을 받아온게 사실이다.

지난 96년 4.11 총선을 일주일 앞두고 발생했던 북한의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무장병력 투입사건이 당시 장학로(張學魯) 청와대부속실장의 알선수재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던 신한국당에 수도권 승리를 안겨준 것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물론 북한군 무장병력 투입사건은 이후 남한측의 '사주'에 의한 북풍의혹이 제기되면서 남북한간 긴장과 위기조성을 통한 보수안정표 결집이라는 여권의 선거전략이 도마위에 오르는 등 개운치않은 뒷맛을 남긴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 발표는 '북풍'과 같은 네거티브적 성격이 아니라 냉전의 유일한 고도로 남은 한반도에 화해와 협력의 다리를 놓을수 있는 포지티브적성격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북풍과는 비교할 수 없을 것이라는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한 정치분석가는 "과거 북풍의혹의 경우 네가티브적 성격을 띠고 있지만 남북정상회담 발표는 포지티브하며 남북관계 발전에 있어서 획기적 전기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야당의 비난도 큰 공감을 얻기 힘들며 결국 총선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면 남북정상회담 발표가 총선에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논리는 그동안 베를린 선언이 발표된데다 남북관계에 상당한 진척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 수차례 사전 예고된 만큼 충격효과가 상당부분 상쇄될 것이라는 분석을 기초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30%대로 추산되는 부동표와 최소한 450만명으로 추산되는 실향민유권자 및 경기 북부와 강원지역 등 접경지역 유권자들의 투표성향에는 나름대로 큰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데는 전문가들도 별 이견이 없다.

민주당은 특히 이번 발표는 총선과는 무관한 것이란 점을 강조하면서도 남북정상회담 발표를 지역대결구도가 희석되면 수도권의 경합지역 부동표의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베를린선언 당시 실향민들 뿐만 아니라 북한특수를 기대하는 중소기업인 등 경제계 인사들로부터도 상당히 좋은 반응이 나타났었다"면서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야당도 반대할 명분이 없는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여권에 반드시 유리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은게 현실이며 특히 수도권에서는 '역효과'가 예상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 전문가는 "정상회담이 그 자체로 중대사안인 것은 분명하나 선거를 앞둔 시점에 발표돼 유권자들은 역대 선거에서 보여줬던 이러저러한 형태의 북풍을 떠올릴 것이고, 이번 발표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을 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이번 발표에 대해 벌써부터 '총선용'으로 규정하고 엄청난 대가가 북한에 지불됐을 것이란 관측을 제기하는 등 '이면합의설'을 물고 늘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한 북한문제 전문가는 "만약 한나라당이 남은 기간 이같은 논리에만 집착해 유권자들에게 '남북관계를 선거에 악용하는 여당을 심판하자'며 비난일색의 선거전을 펼칠 경우 오히려 '그동안 사사건건 정부 여당의 발목을 잡아온데 이어 한반도 냉전종식의 중요한 기회까지 무위로 끝나게 하려 한다'는 역풍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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