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강명진(원불교 경주교당 교무)

입력 2000-04-10 14:09:00

'시민 여러분 저에게 깨끗한 한 표를 부탁합니다. 당선이 되면 이 지역의 ○○사업을 꼭 해낼 것입니다' 뒤이어 들려오는 로고송. 이 후보,저 후보의 공약내용을 듣고 있으니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어떤 후보자의 말을 믿어야 될지 판단이 서질 않는다. 깨끗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서 이렇듯 관심을 가져도 이런 상황인데 그렇지 않을 땐 어떻게 될까?

총선 시민연대에서 낙선운동으로 병역·세금·전과 등을 발표했다. 이에 따른 후보자들의 갖가지 변명과 정당간의 어지러운 감정싸움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선거에 출마하면 당선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보편적 욕망이다. 선거를 치를 때마다 출마자들에 주고 싶은 말이 있다. 진정 국민을 위한 지도자가 되고 싶다면 선거철에만 자신의 경력과 모습을 유권자에게 알리려고 시간과 금전을 소비하지 말고 평상시에 그 일을 하자는 것이다. 자기의 텃밭을 기름지게 잘 가꾸어 풍성한 수확을 보일 때(주민과의 대화, 지역봉사, 지방발전 기여 등) 확성기의 공약에 귀를 기울이지 않고 바로 그 사람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들은 출마자들의 공약에 많이 속아왔다. 선거철 전시효과로 시장을 찾고 농어촌의 처지를 이해한 듯 맨발벗고 나서겠다고 큰소리쳤다가도 선거 후엔 당선자도 낙선자도 모습조차 보이지 않고 공약은 허공에 맴돌 뿐. 그러니 국민들은 자연히 사람보다 혈연, 지연, 학연에 표를 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총선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 크게 공감하며, 이에따른 성숙한 선거문화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다음 선거운동은 한층 성숙한 당선운동을 벌여가면 어떨까?

'우리는 이런 이런 사람을 우리 대표로 뽑자', '이런 자격을 갖춘 사람이 바로 이 사람이다'부정적 모습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갈때 차세대 후보자들도 자기의 삶을 그런 쪽으로 다듬어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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