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한국군 베트남전 참전' 관련 보도는 충격적이다. 월남에서 '전쟁영웅'으로 돌아왔던 우리 참전용사들이 뒤늦게 드러난 고엽제 후유증 등으로 전쟁의 '피해자'가 된뒤, 또다시 '양민 학살자'라는 오명을 쓸 위기에 처한 것이다.
베트남 현지 희생자 유족의 증언과 한국군 참전용사의 고백 및 관련자료로 구성된 보도의 핵심은 한국군이 8천명이 넘는 양민을 살해했다는 것. 희생자의 대부분이 여자 어린이 노인으로서, 그 중에는 임산부와 갓난아기 까지 포함됐다는 것이다.물론 이 전쟁에서 5천여명의 한국군이 희생됐고, "베트콩인지 양민인지 구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기 위해 총을 쏠 수밖에 없었다"는 당시 주월 한국군 사령관 채명신 장군의 해명 인터뷰도 어느 정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러나 보도내용이 사실일 경우, 지난해 발칸전쟁의 사례를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군 지휘부의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다만 현재 발칸전쟁과 관련, 국제 전범재판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베트남전 당시 냉전체제 아래서 모두 우리와 한편 이었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하노이가 발칵 뒤집힌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소문은 무성했지만 이토록 구체적으로 참혹한 실상이 드러난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반세기가 훨씬 지난 지금도 일제의 만행이 밝혀질 때마다 분개하고 있지 않은가.
어쩌면 베트남인들은 당시 한국군의 행위가 '인종적 편견'에서 비롯됐다며 증오심을 불태우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념의 굴레'와 '전쟁'이라는 상황이 참상을 불렀다는 측면에서 모두가 피해자라는 생각을 6.25와 관련해 우리는 이미 갖고 있기도 하다.
만일 베트남인들이 한국의 현대사를 이해한다면 미래지향적인 한-베트남 관계를 모색하는데 도움이 될듯도 싶다. 이념의 굴레는 한국전쟁때 수십만명의 양민들을 억울한 죽음으로 몰아 넣었다. 인간성을 상실한 냉전의 이념은 동포조차 살육의 대상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던 것이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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