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대중예술이다. 어느 예술 장르보다 그 사회의 도덕과 상식을 넘어서는 자유를 누리기 어려운 것은 대중을 향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보다 표현의 자유가 훨씬 더 많은 미국에서도 청소년들에게 보이기 곤란한 영화는 X등급을 매겨 성인 전용 영화관에서만 상영한다. 이런 전용관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업주들이 기준을 지키지 않고 무분별하게 청소년들을 입장시키고 있어 문제다.
그런데 그간 일반 극장에서 볼 수 없었던 과감한 성(性) 표현 영화들이 잇따라 등급 심의를 통과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들린다. 여중생이 급우들을 상대로 매춘을 벌이는 프랑스의 '배드 컴퍼니'와 남자 포르노 배우를 기용해 과격한 성 표현을 구사한 '로망스', 실제 성행위를 담고 성기를 자르는 장면까지 나오는 일본의 '감각의 제국'이 심의를 통과했다.
심지어는 20대 여성이 10시간 동안 251명의 남성과 성 관계를 갖는 내용을 다룬 미국의 다큐멘터리 '섹스, 애너벨 청 스토리'마저 '18세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충격적인 소재로 지난해 선댄스영화제에서 큰 논란을 빚었던 이 영화는 마약 투여, 에이즈, 윤간과 관련한 내용까지 담고 있으나 성기가 노출되는 장면들만 1~2분 가랑 모자이크 처리해 통과시켰다는 것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이같은 조치에 대해 '표현의 자유 확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광고 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그대로 노출되고 관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이번 심의는 우리나라 영화 '거짓말' 시비 이후 몇 개월만의 급격한 변신이라는 점에서도 영화 심의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할 것 같다.
표현의 자유와 시민들의 볼 권리에 대한 욕구가 점차 높아가는 추세다. 그 보장이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대안이 문제다. 우리도 세계 영화계의 흐름에 따르고 수용하더라도 청소년들은 반드시 보호돼야만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성인 전용 영화관 설립의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하루 속히 대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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