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있는 모든 것이 제각각의 방식으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세계와 관계를 가진다. 비교신화학자인 조셉 캠벨은 짐승과 하늘과 바다와 인간을 모두 형제지간으로 보았다. 빛과 어둠이 나눠지고 물과 물사이가 갈려 창공이 생기던 태초의 순간엔 하늘과 바다와 인간이 모두 피를 나눈 형제처럼 다정했던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건 신께서 특별히 인간을 사랑하여 이성(理性) 하나를 더 부여하기 전까지의 일일 것이다. 인간에게 이성이란 '마이더스의 손'이었다.
산수가 수려한 계곡 허리부분이 무 토막처럼 잘려나가 허연 길이 나고, 동쪽나라의 광휘를 찾아 날아든 재두루미가 독극물에 불린 볍씨를 먹고 떼죽음을 당하며, 멧돼지,고라니, 오소리, 담비, 너구리 등이 밀렵꾼의 덫에 걸려 냉동실에 처넣어졌다. 인간이 사물을 금전적 가치로 평가하는 일에 눈을 뜨며 자연신화의 도태는 예고되었다. 이러다간 머지않은 날에 자연신화(自然神話)란 용어조차 잊혀지고 말 터이다. 자연이 말살된 세계를 상상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오로지 인간의 편리를 위해서만 조형된 인위적 공간에서, 입력된 기호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 속에 파묻혀, 딱딱하게 기계화된 인간들이 아무 감정도 없이 움직이는 테크노스릴러 같은 삶이란 생각만으로 벌써 질리지 않나.
야심한 밤을 틈타 산을 내려온 수달이 샛강에서 헤엄치고 노는 모습이 종종 카메라에 잡히곤 한다. 인간의 수명은 고작해야 백 년 안팎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지키고 가꾸기에 따라서 자연의 생명은 길어질 수도 있고 짧아질 수도 있다. '수달이 살고 있는 땅이라면 아직은…'하는 안도감이 되도록이면 오래 가길 바랄 뿐이다. 지나친 개발 바람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희귀종 동·식물을 완전히 멸종시켜버리지나 않을까 여간 걱정이 아니다. 자연은 인간이 어느 때고 돌아가야 할 곳이며 인간을 마지막까지 인간으로 남아있게 할 보루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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