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빈축 산 현대차 '해외광고'

입력 2000-04-06 00:00:00

한일 합방을 목전에 둔 1907년께 지금은 북한 땅인 신의주(新義州)의 한 마을에 산동성 출신의 유(劉)씨와 광동성 출신의 원(元)씨 성을 가진 중국인이 각각 요릿집을 차렸다. 신의주 사람들은 남의 땅에서 경쟁 업체를 차린만큼 두 사람이 얼마 안가 파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결과는 정반대, 두 요릿집 모두가 나날이 번청하는 것이었다. 알고보니 고향도 틀리고 심지어 말투까지 틀리는 두 사람은 이국땅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철저하게 협동했고 그 덕택에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유씨 요릿집이 바쁘고 원씨 가게가 한가하면 원씨는 자기집 요리사와 종업원은 물론 부인까지 보내 유씨를 지원했고 반대의 경우 유씨 또한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고 보니 유.원 두집이 모두 번창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구한말을 전후한 중국상인들의 협동심을 잘 드러내는 것으로 화교들 사이에 지금까지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실상 홍콩을 비롯 동남아의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객가(客家)출신 화상(華商)들은 자기네들끼리 철저한 협동을 바탕으로 세계경제를 좌우할만한 거부가 돼 있는 것이다.

외국에 진출한 일본기업 또한 똘똘 뭉쳐

자국의 이익을 얻기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시각에서 본다면 인도 7개 일간지에 게재된 현대자동차의 대우자동차 비방 광고 사건은 참으로 망신스럽다. 현대는 이 광고에서 '당신이 구입한 차의 제조사가 길거리에 나앉는다면'이란 제목으로 "800㏄경차를 만드는 회사가 파산해서 경매에 부쳐졌기때문에 이차를 사면 아프터서비스, 부품공급 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 대우차를 비방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측은 "이 광고는 인도 현지

딜러들이 임의로 제작한 것으로 뒤늦게나마 집행을 중단시켰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어쩐지 찜찜하다. 국내에서 그룹 후계 구도를 둘러싸고 형제간에 이전투구식 경쟁을 벌이던 정씨 일가가 이번에는 외국에서까지 망신살인가. 중국 요릿집 주인만도 못한 배포로 세계 경영이 가능할 것인가 걱정스럽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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