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허준모습 역사적 사실일까

입력 2000-04-03 14:11:00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드라마 '허준'.'허준'과 '동의보감'을 소재로한 드라마가 제작, 방송되는 것은 이번이 세번째. 지난 76년과 91년 각각 '집념'과 '동의보감'이라는 이름으로 드라마화된 일이 있다. 세편의 드라마는 양반가의 서자로 태어난 허준이 스승 유의태로부터 의술을 배워 정1품 승록대부에 이르는 과정을 다룬다는 점이 공통이다. 이는 드라마 '허준'의 모태가 된 이은성의 소설 '동의보감'의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시청자 대다수는 드라마속 허준을 실제 허준으로 믿어버리는 경향이다. 드라마에서 허준의 스승으로 묘사되고 있는 유의태는 실제로는 허준보다 150년뒤인 경남일원에서 유명했던 유이태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

과연 실존했던 '허준'은 어떤 인물이었으며 '동의보감'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김두종씨가 지난 79년 탐구당에서 펴낸 한국의학사에 따르면 허준(1546~1613년)의 가계는 원래 무인집안이다. 할아버지 곤(琨)은 무과 출신으로 경상도우수사를 지냈고 아버지 윤도 무관으로 용천부사를 지냈다. 허준은 그러나 무과에 지원하지 않고 29세인 1574년 의과에 급제, 1587년 어의에 올랐다. 1590년엔 왕자의 두창(痘瘡)을 쾌차시켜 중인신분으로는 과한 당상의 가자(加資:정삼품 통정대부 이상인 당상관의 품계)를 받았다.

1596년 허준은 선조의 명을 받아 유의 정작, 태의 양예수, 김응탁 등과 함께 동의보감 편찬을 시작했다. 정유재란으로 의인들이 뿔뿔이 흩어진후 허준은 편찬을 계속, 10여년만에 25권 25책을 완성했다. 동의보감은 그 당시의 의학지식을 거의 망라한 임상의학의 백과전서. 내경 외형 잡병 탕액 침구 등 5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의학실력을 동양 여러나라에 드러나게 한 동양의학의 보감으로 일본과 중국에까지 전해져 오늘에 이르기까지 계속 출판되고 있는 한방임상 의학서가 됐다.

허준은 선조대에 이어 광해군 시절까지 어의로 종사하다 1615년 70세로 타계했다. 허준이 타계한 후 광해군은 허준에게 부원군과 보국승록대부의 가자를 추증했다.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서 동의보감 완역본은 나오지 않고 있다. 허준의 일생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이렇다할 정설은 없다.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동의보감'은 대부분 일본판을 재번역했거나 '북한판 동의보감'을 판본으로 삼은 것이 있을 뿐이다.

동의과학연구소는 지난 93년부터 20년 계획으로 '동의보감' 완역작업에 들어갔다. 지난 7년 동안 3~8권 '내경편'완역을 마쳤으며 올 하반기 번역본과 주석서, 찾아보기 등 3권으로 펴낼 예정이다. 이 작업은 2015년까지 진행된다. 드라마 '허준'을 쓰고 있는 작가 최완규씨는 "허준의 역사적 사실성이 논란이 되고 있으나 역사의 사실 여부와 드라마 전개는 다른 것"이라며 "허준은 사극이라기 보다는 역사적 소재를 딴 픽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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