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이면 가두시위와 최루탄으로 열병처럼 도졌던 사회혼란을 영국 시인 T.S.엘리어트의 시구를 따 '4월은 잔인한 달'이라했던 시절을 한동안 잊고 살아왔다. 그만큼 민주화가 진전돼왔다는 반증이라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제도권 정치가 국민 각계각층의 욕구를 상당수준으로 수용했기 때문에 거리시위와 최루탄속에 잔인한 봄을 맞지 않아도 된 것이다. 4월의 벚꽃과 진달래는 우리에게 봄의 기쁨을 소생시켜 주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제 봄을 되찾은 기쁨도 잠시 뿐일는지, 16대총선을 계기로 그때 그 열병이 다시 악마의 혓바닥처럼 불길한 모양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웬일일까.
선거를 9일 앞둔 내일부터 3일간 전국의 의료계가 휴진에 들어
가고 대구를 비롯한 6대도시에 버스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해 의료대란에 겹쳐 서민들의 발이 묶이게된 것이다. 이밖에도 직장의료보험노조가 총파업을 결의했고 철도노조도 철야농성 및 단식투쟁을 계획하는 등 선거기를 맞아 사회각계의 욕구가 겉잡을 수 없이 폭발하는 양상이다. 이번 총선이 우리에게는 새 천년 새 세기의 정치판을 준비하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하면서도 선거전의 현실은 여전히 지역감정.금전살포.흑색선전의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있다. 여기다 선거기의 허점을 노린 집단이기주의까지 이렇게 분별없이 겹쳐 혼란을 증폭시킨다면 선거가 어떻게 치러질지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민주화와 함께 가까스로 되찾은 봄이 그야말로 일장춘몽(一場春夢)이 되진 않을지.
물론 사회 각계의 이익집단들이 실력행사
를 하기까지엔 나름대로 논리도 있고 타당성도 있을 것이다. 선거기라고 자신들의 주장을 하지말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해도 무엇보다 신성한 국민주권을 행사하는 시기에 숱한 이익집단들이 욕구를 한꺼번에 분출시킨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되겠는가. '잔인한 달'이 될까 두렵다.
홍종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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