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세상엔 장애가 없어요

입력 2000-03-29 14:12:00

그들이 만드는 소리에는 땀이 배어있다. 그리고 남몰래 흘렸을 눈물까지. 이들이 내는 소리에는 '육체적 한계'를 떨쳐내기 위한 노력들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앞을 보지 못하고 들을 수 없는 사람들이 음악회를 연다. 한국장애인 소리예술단(단장 황재환.54)의 '사랑의 음악회'. 다음 달 1일 오후 7시, 대구 문예회관 대극장.

앞을 보지 못하는 4명의 장애인들이 무대에 오른다. 이상재(33.클라리넷), 김종훈(31.바이올린), 양이훈(26.트롬본), 구남희(27.여.첼로)씨.

이 가운데 이상재씨는 미국 피바디음대에서 이 학교 140년 역사상 처음으로 장애인으로서 박사학위를 땄던 화제의 인물. 이번 무대에서는 베버의 '클라리넷협주곡'을 연주한다. 협연은 대구크리스챤 오케스트라(지휘 전현구)가 맡을 예정.

이들의 무대가 끝나면 4명의 시각장애인이 함께 참여한 7인 현악앙상블이 엮어진다. 하이든의 '종달새 1악장.3악장'.

시각장애인들이 음악을 하는데 가장 어려운 점은 악보를 볼 수 없다는 것. 점자악보도 있지만 소리를 듣고 몽땅 외운 뒤 연주해내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이다.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1시간만에 해 낼 분량을 시각장애인들은 10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이뤄낼 수 있다.

소프라노 신은미씨가 찬조 출연, 아르디티의 '입맞춤', 김동진의 '저 구름 흘러가는 곳'을 부르는 사이 소리예술단 수화합창단(지도 박정열)의 '수화앙상블'이 이어진다. 들을 수 없는 11명의 청각장애인들이 음성대신 몸짓으로 만들어내는 소리. '보는 소리'를 감상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다.

장애인 소리예술단의 무대는 올 해로 15회째. 지난 해에는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공연을 가졌었다.

예술단 황재환단장은 "예술은 사회에 대해 '정서순화'라는 순기능을 제공한다"며 "장애인들도 이같은 역할 중 한 몫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공연문의 053)651-3311~2.

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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