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어김없이 한반도의 상공을 며칠씩 희부옇거나 누렇게 뒤덮는 불청객이 황사(黃砂)다. 황토지대나 사막에서 발생한 미세한 토양입자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떨어지는 현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 대륙으로부터 운반되는 모래에 의해 3~5월에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다. 한번 나타나면 평균 32시간 정도 지속되며, 타클라마칸 사막이 진원지인 경우 60여 시간이나 계속 불어오기도 한다. ▲황사 현상의 관찰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흙비'를 뜻하는 '우토(雨土)'라는 말이 기록에 자주 나타난다. 백제 무왕(武王) 7년(서기 606년) 3월에는 '황사 현상으로 낮이 어두워졌다(王都雨土晝暗)'고도 전한다. 이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예부터 나라에 불길한 일이 생길 것을 두려워해 가무와 음주를 금했다는 기록도 보인다. ▲서양에서도 이 기현상을 불길한 징조로 받아들였다. 유럽에서는 사하라 사막의 모래폭풍(하마탄) 때문에 겨울철에 붉은 눈이 내렸으며, 그 양은 한해에 수백만t에 이르기도 했다. 그래서 중세에는 하늘이 노한 것으로 생각해 눈이 녹을 때까지 외출마저 삼갔다고도 한다. ▲한반도에는 올들어 네번째 황사가 발생한 가운데 기상청은 27일 오후 7시를 기해 전국에 폭풍주의보를 내렸다. 28일까지 강풍이 불고 3~6m의 높은 파도가 일겠다고 했다. 중국과 몽골의 접경지역인 텡겔과 황허(黃河) 상류의 황사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동진하기 때문이다. 이 지역에는 올해 강수량이 평년보다 훨씬 적어 한반도에 황사현상이 유난히 잦을 것으로도 예상되고 있다. ▲황사는 모래 성분인 규소가 대부분이나 비를 동반할 경우 염기성을 띠기 때문에 산성인 국내 토양을 중화시켜주는 긍정적인 역할도 없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농작물의 성장을 막고, 기관지염·결막염·안구건조증 등을 일으키며, 산업피해만도 연간 1조원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었다. 황사 현상이 우연한 결과가 아닌 만큼 한·중·일이 공동대응해 피해 막기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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