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나무심기 "구청 편한대로"

입력 2000-03-25 14:48:00

대구시내 가로나 공원의 나무심기 과정에서 수종 선택 및 사후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쉽게 말라 죽거나 뿌리를 내리지 못해 다른 나무로 교체하는 '보식'이 관행화하고 있어 해마다 식목행사에 막대한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도심 가로수 대다수가 외래종인데다 수종도 획일적이어서 대구의 가로를 상징적으로 나타낼 주된 수종을 키워야 한다는 전문가의 진단이다.

대구시는 올해 시가지 조성, 공원·유원지 식수, 산지조림을 위해 총 440억원의 예산을 들여 약 7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을 계획이며 이중 37만그루 식수는 2~4월사이 집중하면서 각 구·군청은 지역토양이나 주변환경에 대한 고려없이 대부분 인근에 심은 나무와 같은 수종이나 외래종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조성된 대구시 중구 국채보상기념공원의 경우 주변 가로수 140여 그루가 모두 북미산 참나무여서 공원의 역사적 의미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이다.게다가 가로수 사후관리 미비로 식수 이후 평균 12~15년만에 말라죽는 나무가 많아 최근 중구 대봉교~내당네거리구간 양버즘나무 95그루, 수성구 명덕로 백합수 32그루, 남구 명덕로 양버즘나무 17그루를 보식했고 동구의 경우 지난해말 왕벚나무, 느티나무 등 193그루를 새로 심었다.

이와 함께 각 구청은 나무를 심은뒤 객토, 급수, 병충해방제 등을 위한 예산을 거의 마련하지 않은데다 사후관리는 공공근로자를 동원한 가지치기가 고작이다.

녹지 관련 전문가들은 도시계획에 따라 튤립거리, 아카시아거리 같은 지역의 가로특성이나 토양 등을 반영한 수종선택과 철저한 사후관리를 위한 체계적 식수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식 영남대 교수(조경학)는 "현재처럼 각 구·군청별로 편의에 따라 수종을 선택할게 아니라 대구시에 분야별 전문가를 중심으로 녹지자문위원회를 구성,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심녹지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金炳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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