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대선-푸틴 대통령 되면 뭘할까

입력 2000-03-24 14:22:00

제3대 러시아 대통령 선거 투표가 26일 실시된다. 대세는 거의 판가름 난 양상. 블라디미르 푸틴(47) 현 직무대행의 당선이 확정적이다. 하지만 승자는 분명하면서도 새 대통령이 어떤 정책을 펼 것인가는 안개 속에 가려져 있는 것이 이번 러시아 대선의 또다른 특징이다. 분명하면서도 확실한 것이 없는 이상한 선거, 러시아 대선을 짚어보자.

▲현재 판도=11명의 주자가 난립하고 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푸틴이 1차 투표에서 유효 투표수의 50% 이상을 획득, 결선투표가 필요 없으리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공산당수 겐나디 주가노프(55)의 지지율 22∼24%를 2배 이상 앞섰기 때문.

그러나 지난 19일까지 사흘간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푸틴의 지지도가 48.4%로 낮아졌다. 이때문에 베시냐코프 중앙 선관위원장은 "결선투표가 필요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극심한 생활고에 찌들리고 있는 연금생활자와 노동자들이 주가노프를 지지하기 위해 투표장으로 몰려갈 동기가 충분하지만, 많은 푸틴 지지 성향자들은 보다 명확한 투표 동기를 찾지 못해 못하고 기권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이때문에 26일 투표의 최대 관심은 투표율 및 푸틴의 득표율. 투표율이 56%를 넘으면 결선투표 없이 푸틴이 바로 새 대통령으로 확정될 확률이 높다.

▲노골적 관권 개입=흐리스텐코 부총리는 최근의 각료회의에서 "이달중 30억 루블을, 다음달 15일까지는 모든 체임을 해소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공무원 임금 및 연금을 각 20% 이상씩 인상하겠다"고 선전했다. 푸틴에 표를 몰아주기 위한 선심책의 일환.

푸틴도 학교.공장 등 유세장 마다에서 유권자를 현혹하는 장밋빛 공약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며칠 전에는 전투기를 직접 몰고 전쟁 중인 체첸을 전격 방문, 강력한 지도자상을 심으려 애쓰기도 했다.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려는 정부가 탄생하고 있다" "푸틴정부는 대중의 마음에 드는 정책만 추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개 속의 러시아 미래=대중적 인기에도 불구하고 푸틴이 누구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점이 아이러니. 그가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불과 6개월 전이다. 지난해 9월 체첸전쟁을 감행한 것이 '푸틴 증후군'을 불러와 정치권 일인자로 부상됐다. 하지만 선거운동 기간 중 뚜렷이 밝힌 정책은 없다.

KGB(소련국가보안위)에서 16년간 근무하고, 연방보안부(FSB) 부장을 지낸 그의 경력이 되레 이색적이다. 이때문에 그는 '강대국 러시아'를 구현하려는 독재자로 변모할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금 그가 내세우고 있는 부정부패 척결, 시장개혁, 법질서 확립 등의 공약도 오히려 의혹만 더한다. 그는 바로 크렘린의 관료조직, 올리가르키(과두 산업재벌), 미디어재벌, 정보기관 등을 배경으로 성장했기 때문.

야블로코당 대통령 후보 야블린스키(47)는 "푸틴은 '비밀 공산주의자'로서 민주주의를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石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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