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의 이단아 해커(하) 사이버 전쟁

입력 2000-03-23 14:30:00

테러의 양상이 변하고 있다. 건물을 폭파하거나 요인을 암살하는 대신 해당 국가 또는 단체의 컴퓨터 시스템에 침투해 기밀을 빼낸 뒤 이를 폭로하겠다고 위협, 원하는 정치.경제적 목적을 달성한다. 이른바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의 등장이다.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 1월 "옛날 적들은 총과 폭탄으로 무장하고 쳐들어 왔지만 현재는 적은 휴대용 컴퓨터로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즐겨쓰는 수법은 지난달 미국내 유명 인터넷 회사들을 공격한 '서비스 거부'를 비롯해 '전자우편 폭탄', '논리폭탄' 등이 있다.

'전자우편 폭탄(e-mail bomb)'은 상대방 시스템에 쓰레기 전자우편을 무한정 퍼부어 작동을 마비시키는 방법. '논리폭탄(logic bomb)'은 '13일에 금요일'처럼 미리 정해놓은 조건이 맞을 경우 프로그램이 저절로 작동돼 정보를 무차별 파괴하는 것.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은 최고의 보안 시스템에 침입, 일부 주요 정보를 망쳐놓은 뒤 '순순히 요구조건에 따르지 않으면 모조리 망가뜨려 놓겠다'고 협박한다. 지난 93년 런던의 금융기관들은 잇따른 공격에 손을 들고 스위스 취리히 은행에 1천만 파운드씩 입금시켰다. 98년 10월엔 체코의 한 은행이 공격을 당해 1천900만달러를 뺏겼다. 지난 1월엔 '중국 극우 반일동맹'이 일본 정부기관 웹사이트를 공격, 난징 대학살과 아시아 침공을 비난하자 일본 해커들도 반일동맹 사이트를 침입하는 등 '사이버 국지전'이 벌어졌다.

최근 들어 사이버 테러는 조직화 양상을 띠며 '사이버 전쟁'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미국 국방성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테러리스트들은 인터넷을 통해 네트워크에 침투한 뒤 바이러스나 악성루머, 역정보 등을 흘려 시스템 마비, 국가간 심리전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 각 국은 육.해.공군에 이어 제4군으로 '사이버부대'를 창설하고 있다.

미국은 자국 컴퓨터 시스템을 보호하기 위해 14억6천만달러를 들여 '사이버특수부대 창설프로그램'을 밝혔다. 이미 미 국방부는 정보시스템국 산하에 특수부대인 '합동웹위험평가부대(JWRAC)'를 출범시켰다. 1급 해커 수준의 컴퓨터 전문가 22명이 각 부대로부터 차출돼 팀을 구성했다. 게다가 전세계적 감청망인 에셜론의 실질적 운영자로 알려진 국가안보국(NSA) 해킹전문팀은 지난 97년 보안상태 점검을 위해 태평양사령부 전산망에 잠입, 시스템을 쑥대밭으로 만든 화려한(?) 전력을 자랑한다. FBI(미연방수사국)도 125명의 정예 해커들로 구성된 국가기간시설방어센터(NIPC;일명 닙시)를 갖추고 있다.

중국은 97년초 중앙군사위원회 산하 컴퓨터바이러스 부대를 창설, 운영해 왔으며 지난해 '해커부대'를 만들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국가와 일본도 유고전을 계기로 사이버특수부대 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일본도 지난해 약 195억원을 들여 경시청을 중심으로 사이버테러에 맞서기 위한 조직을 강화하고 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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