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선거혁명의 다음 과제

입력 2000-03-22 15:13:00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등 제3세계의 개혁, 민주화 열풍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지난 주말 대만에서는 변화와 개혁을 내세운 천수이볜의 민진당 녹색돌풍이 반세기에 걸친 국민당 일당통치를 종식시켰다. 투표 1개월전까지만 해도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여야 정권교체라는 선거혁명이 이뤄진 것이다.

바로 다음날인 19일에는 서아프리카 세네갈에서 40년 사회당 일당 독재체제가 무너졌다. 또 오는 7월 멕시코 대통령선거에서도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조심스레 점쳐지고있다.

아시아국가들 바꿔 열풍

20세기 후반 아시아 사람들의 '바꿔 바꿔' 열풍은 지난 86년 독재자 마르코스를 축출한 필리핀 민권혁명이 신호탄이었다. 당시 마닐라를 비롯한 필리핀 전역은 민주화의 염원을 담은 노란 옷, 노란 리본, 노란 깃발등 대통령후보 코라손 아키노가 이끄는 야당연합의 상징색인 황색물결로 뒤덮였다. 황색 물결은 19년간 필리핀을 억압해온 마르코스를 축출시켰다.

그후 아시아의 민주화 열기는 한동안 잠잠하다 지난 98년 인도네시아에서 재점화됐다. 경제난에서 촉발된 인도네시아 유혈 소요사태는 급기야 32년간 독재권력을 휘둘러온 수하르토 타도로 이어지면서 시민, 학생, 군경이 한마음이 되어 '우리는 하나'를 외치는 민권 혁명의 승리로 귀결됐다. 수하르토는 하야 성명에서 애써 가다듬기는 했으나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들에게 '부디 용서를…'하면서 초라하게 권좌에서 물러났다.

정치적 후진지역인 동남아시아에서 일어난 이같은 일련의 사태는 조그만 기폭제만 주어지면 미얀마, 파키스탄 등의 서남아시아 지역으로 급속도로 파급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남미, 아프리카 지역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북한도 예외가 아닐수 있다. 이는 지난 80년대 동유럽 각국의 도미노식 사회주의 체제 몰락에서도 우리는 경험한 바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 시작할 때

그러나 제3세계의 진정한 민주, 민권사회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독재자 축출, 여야의 평화적 정권교체만이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민주화의 내실을 다지지 못하면 혼란과 시행착오가 필연적으로 따르게 된다. 혼란은 피를 뿌려가며 민주화를 쟁취한 국민들의 고통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우리도 지난 45년 광복이후 반세기가 넘는 세월동안 민주와 민권사회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르면서 지난 97년에는 헌정 사상 초유의 여야간 정권교체를 실현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는 아직도 1인보스정치, 망국적 지역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후진적 양태를 보이고있다.

불과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이번 4.13총선에서도 뿌리 깊은 구태가 재연되고 있다. 입에 담기조차 싫은 일부 정치인들의 지역 감정조장, 금권, 관권선거 시비 등이 그것이다.

선거혁명… 국민이 책임져야

오래전에 불식됐어야 할 구태가 사라지지 않는 것을 두고 언제까지나 정치인들의 탓만 할수는 없다. 이제는 국민들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

국민 누구나 입만 열면 지역감정 타파를 외쳤지만 선거 결과는 언제나 한발짝도 개선되지 않았다.

민주화의 내실을 다지는 선거 혁명은 유권자의 진정한 각성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그것이 선거혁명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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