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맞대고...-머리.복장 단속

입력 2000-03-22 14:06:00

생각나십니까. '바리깡'을 든 학생주임이 서 있던 교문앞, 머리털을 뽑아 자로 재고 길다 싶으면 머리 한가운데로 고속도로를 내던, 반항한답시고 며칠씩 고속도로를 고수하던 풍경.

아십니까. 엉덩이는 찰싹 달라붙어도 끝은 펄렁거리던 통바지, 종아리 한가운데까지 잘 뽑아내린 치마, 단속에 걸려 가위에, 칼에 찢어진 모습.

학교에 가 보면 세월이 흘러도 지금까지 바뀌지 않는 장면이 있다. 두발과 복장 단속을 둘러싼 교사와 학생간의 으르렁거림. 교칙으로 정해 시행하도록 '자율화' 됐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3월 새 학기는 이 문제가 가장 극명하게 불거지는 시기. 학생과 교사, 학부모 등의 입장을 들어본다.

▲학생들 생각

ㄱ고 한 남학생은 '두발단속'이라는 질문에 "학교가 무슨 군대인가요, 교도소인가요"라며 흥분부터 했다. 인터넷에 글을 올린 ㄷ고생은 "두발 자율화 시행 후 학생들의 원성은 줄어들지 않았다. 어떤 학교는 완화되는데 어떤 학교는 그대로여서 매우 불평등하다"고 지적했다.

ㅎ여고 신입생의 푸념. "언니 치마를 물려 입었는데 키가 더 크다 보니 학교 가서 치마가 짧다고 혼이 났어요. 검은 색에 어쩌고 하며 신발까지 지정해 주는데 집에서 신던 건 버려야 하나요. 집 근처 가게에 안 파는데 어디서 사나요"

ㅅ여고 한 학생은 "무쓰를 바르지 말라고, 염색을 하지 말라고 해서 곧이곧대로 듣다가는 따돌림 당하기 십상이예요"라며 "학교근처 가게에 무쓰, 염색 스프레이, 화장품까지 넣은 가방을 맡겨놓았다가 하교할 때 찾아가는 친구가 많다"고 했다.▲학교 입장

신명여고 박창우 교감은 "교문이나 교실에서 특별히 단속하는 일은 없다"며 "머리는 단발하거나 기를 경우 반드시 묶어 단정하게 보이도록 하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강북고 박정자 교장은 "염색하거나 무쓰를 많이 바른 학생만 교문에서 단속한다"고 말했다. 상당 부분 자율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입장이 엇갈린다. 학생부장 등 간부 교사나 생활지도와 관련된 교사들은 기준을 정해 강제하지 않으면 교외는 물론 교내 생활지도도 힘들다고 주장한다. ㄷ고 교사는 "지켜야 할 기본조차 따르지 않는다면 교육의 의미가 있느냐"면서 "단정한 교복과 머리는 학교 밖 학생지도에도 필요하지만 보호에도 도움이 된다"고 잘라말했다.

반면 주어진 범위에서 학생들의 개성을 중시하는 교사들도 많다. ㄱ여고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별난 것 같지만 조그만 일에도 쉽게 상처를 받는다"며 "강요하고 단속하는 식의 일방적 교육은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했다.

▲학교밖 지적

학부모들 시각도 나뉘지만 지나친 기준과 단속에 대해서는 불만이 높다. 여학생들의 스타킹, 신발까지 교칙을 들먹이는 데는 '구시대적'이라는 비난이다. ㅎ여고 학부모는 "고등학교에 입학한 지 한달도 안 돼 복장 때문에 상심하는 아이를 보니 도대체 어느 시절 교사인지, 그래서 어떻게 요즘 아이들을 가르치는지 한심하다"고 탄식했다.

교칙으로 정해 자율시행하라고 했지만 "차라리 교육청에서 기준을 만들어 줬으면" 하는 학교도 많다. 단속하자니 학생들 반발이 걱정스럽고, 풀어두자니 인근 학교 눈치 보인다는 이유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자율로 한 지 오래인데도 시시콜콜 물어오는 학교들이 더러 있다"며 혀를 찼다. 자율이라는 이름 뒤에 따르는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라는 풀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학교의 자율성, 그 중에서도 학생들의 교복이나 용모 등에 대한 원칙은 국가 교육문화의 현실을 표면에서 웅변하는 것"이라고 꼬집했다. 그는 또 "교사들간, 교사와 학생간 쉬운 데서부터 의견을 나누고 합일점을 찾는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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