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작품으로서의 미술관

입력 2000-03-21 14:29:00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건축가 라이트의 설계로 주변의 격자형 건물 사이에 큰 달팽이 모양의 독특한 외관과, 자연채광이 되는 탁 트인 높은 홀을 에워싼 나선형 구조의 전시장이 독특한 건물로서 세계적인 비디오작가 백남준 선생이 새 천년의 첫 초대작가로 전시회를 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미술관의 운영방식도 독특하다. 첨단 미술작품 장려와 진흥을 표방한 설립자의 의도에 따라 20세기초, 타 미술관에 앞서 비구상·추상계의 작품을 과감히 수집해 칸딘스키·클레·샤갈·브랑쿠지 등의 작품이 유명하며 각종 기획전과 구겐하임상 국제미술전 등 돋보이는 운용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겐하임만의 특성은 세계 각국에 제2·제3의 구겐하임을 만들게 되었는데 이태리 베니스와 스페인 빌바오의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특히 빌바오의 것은 건축가 프랑크 게리의 작품으로 형태와 구조·재료에서 매우 독특하여 초기의 막대한 공사비에도 불구,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흑자운영이 된다고 한다. 또 제4의 구겐하임이 건축가 한스 홀라인에 의해 오스트리아 비인에 계획되었는데 땅 속 깊은 지하에 미술관을 건설하는 또 하나의 독특한 아이디어이다.

이처럼 미술관은 시민을 위한 문화시설만이 아닌, 도시를 찾는 내·외국인들을 위한 관광명소로서의 역할과 함께 역사적으로 보존되는 그 자체가 작품이므로 건축·운영·내용물의 세가지가 세계적인 문화수준에 걸맞도록 기획되어야 할 것이다.

대구의 시립미술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는 이 시점에 건축물은 월드컵 경기장 가까운 곳에 예정되었으나 운영과 내용을 포함한 마스터 플랜을 잘 수립, 추진해야 할 것이다. 현시대에 완성한다는 시간적 목표에 모든 것을 맞추기 보다는 후대에 우리의 무엇을 얼마나 잘 남길 것인가 하는 질적인 면을 신중히 생각하여 계획하자. 가장 한국적·향토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일 수 있다. 하회에서 만난 한 프랑스 미술가는 양진당 난간 판벽의 세월이 담긴 나무결에 넋을 잃었고 미국의 세계적 건축가 로버트 벤추라는 도산서원만의 자연스러운 미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대구대 교수·건설환경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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