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산림인-(1)동아농원대표 함번웅씨

입력 2000-03-20 14:00:00

신록의 계절. 산길을 걸으며 나무와 자연의 혜택과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긴다. 그러나 그뿐. 나무 심는 것은 으레껏 관(官)의 일로 치부하며 한 그루 나무심기에 인색했던 우리가 아니던가.

3월부터 다시 찾아 온 식재기간. 다음달 5일은 55번째 맞는 '식목의 날'이기도 하다. 쉬 가지 않는 임업의 길을 쫓아 온 사람들, 독림가와 산림 전문가들을 만나고 울창한 산림현장, 화마가 할퀴고 간 산불현장 등을 찾아 우리의 미망(迷妄)을 일깨우는 시리즈를 엮어본다. 편집자 주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듯 산에 오르면 시야가 넓어진다.

산에 올라 나무를 가꾸며 그렇게 멀리 본 사람이 있다. 번다한 현실을 등진 채 나무가 좋아 산으로 가 그 부산물을 거두며 그렇게 자연에 묻혀 산 지 20여년의 세월.

그러고도 살아 질까. 남이 간 길을 따라갈 뿐인 이들의 기우다.

100억대 재산가. 부채라고는 1억2천만원뿐. 연간 소득은 1억원 정도.

"산은 나에게 금맥이지"

산림경영의 귀재, 함번웅(59)씨.

경산시 용성면 송림리에서 동쪽으로 호수를 끼고 1km 남짓 들어가면 109ha(33만평)에 이르는 그의 '산림 왕국'이 펼쳐진다. '동아 농원'으로 일컫는 이 곳 대표가 그다.

그에게 산은 어떻게 금맥을 열어 줬을까.

"과거 우리는 나무를 목재로 사용할 생각만 했었지. 목재로 활용할 정도로 자랄려면 당대는 어렵지. 내가 하는 것은 10~15년 하면 부자가 되는거야. 향토수종으로 심어 보기 좋고 약으로도 쓰고…. 목재용으로 쓰는 것은 맨 후순위로 돌렸지"

투자에 대한 수익이 늦게 발생, 대다수가 기피하게 마련인 임업을 발상의 전환을 통해 노다지로 만든 셈이다.

그의 성공 비법은 소위 '산림 복합경영'.

저마다 약리작용을 가진 물박달·자작·옻·산사·흑개·딱초·음나무 등과 식물을 포함, 97종의 향토수종을 키우며 그 사이 사이 풀밭엔 200여 마리의 흑염소를 방목한다. 또 산에 널린 고사리, 두릅, 취나물 등은 찾아온 손님이 직접 채취토록 해 팔고, 가을이 오면 풀을 베어서는 산나물의 성장을 북돋우며 베어낸 풀로는 가축 사료로 만드는 일석이조를 꾀한다.

그 뿐이랴. 흰 자작나무 껍질 속의 약수, 곡우물은 4월 한달 이 곳을 방문하는 이들에게 인기리에 팔리고 있고, 감나무로는 정병걸 전 경북도환경보건연구원장으로부터 터득한 방법으로 감식초를 제조, 판매한다.

봄, 겨울, 가을, 겨울···사시사철을 거듭하면서 커 나가는 나무는 그대로 '뭉칫돈'으로 영근다. 함 대표가 그간 심어놓은 나무가 43만그루. 1그루당 평균 3만원으로만 쳐도 120여억원에 달한다. 산 자체도 부동산으로서의 가치를 더해 가고 있음은 물론이다. 건축학과 출신으로 건설업에 종사하다 어릴 때 스님들로 부터 배운 명심보감 등의 영향으로 자연을 벗하며 정직하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에서 조금씩 사 들인 산들이 30여만평으로 이른 78년, 당시 그가 매입을 위해 들인 돈은 4천만원 가량. 그러나 그 가치는 지금 10억원을 상회하고 있다.

"임업과 제조업을 비교해 볼까. 우선 시설비 감가 상각이 없지. 또 상품의 수명이 길고 세금 적고 노조가 없고 공해 산업도 아니야. 특히 재산 증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지. 예를 들어 1, 2년생 묘목을 1천원에 구입, 10년만 잘가꾸면 10만원짜리는 충분히 만들어지기 때문이지"

그는 웬만한 약재상 뺨치는 지식을 갖고 있다. 부가가치가 더 큰 약리작용 수종을 선호한 결과다. 개오동은 버짐, 가려움증, 신장병, 각기병 등에 좋고 곡우물은 위장병, 신경통, 이뇨작용 등에 탁월하고 옻은 결석, 위염, 간경화에 잘 듣고 하며 줄줄이 꿴다. 이를 위해 '몸에 좋은 산야초', '한국 본초도감', '한국의 민간요법' 등 본 책만도 손으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

지난 94년 우수독림가로 선정, 전국적 인물이 되면서 그의 농원엔 그의 산림 경영기법을 알아보려는 임업 관련 종사자들과 공무원들의 답사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도 전남 장흥지역 공무원 30여명이 방문해 고개를 끄덕이고 갔다. 매년 300여명 정도가 다녀 간단다.

"남한 땅 넓이가 9만9천㎡로 미국 한 공원크기밖에 안돼. 이 중 산이 65%고, 농지가 13.5%를 차지하지. 좁은 땅을 가진 우리가 세계와 겨뤄 경쟁력을 갖자면 '3차원의 공간'을 잘 활용해야 하는데 그게 결국 산이라고 봐. 신기하게도 우리 좁은 국토에 있는 식물의 약재 성분이 세계에서 으뜸이야…"

나무 가꾸기에 미쳤다는 소리까지 들어 봤다는 함 대표가 던지는 화두이자 그의 나무철학이다.

裵洪珞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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